소방관들이 전하는 참혹한 화재 현장 모습
“죄다 불에 타 형체를 알아 볼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대형 화재가 난 울산의 주상복합아파트 현장을 둘러본 한 소방관은 10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금속 뼈대만 남은 것도 있었는데 불에 타기 전에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심했던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이 소방관은 화재가 완전 진화된 9일 오후 반복되는 재확산 과정에서 완전히 불에 탄 아파트 31층을 포함해 상층부인 15층에서 33층까지 현장을 둘러봤다. 그는 “가전 제품들은 당연히 다 녹았고, 가구들은 형태도 없이 불탄 상태였다”고 말했다.
불이 난 아파트 내부를 다녀온 소방관들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화재로 발생한 가스 냄새로 코와 목이 따가워 호흡을 하기 곤란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안에서 불이 심하게 나서 전소한 아파트의 출입구 문은 온통 그을렸고, 일부 휘어져 있기까지 했다고 한다.
소방관들에 따르면 집 입구에서부터 검은 재가 쌓였고, 울산 시내가 보이는 전망을 자랑하던 거실 유리창은 고열을 견디다 못해 모두 터지고 깨졌다. 창틀도 대부분 휘어지거나 일부는 끊어져 있었다. 집 안 천장에는 전깃줄이 여기저기 끊어진 채로 매달려 있었고, 집 안의 구조물이 일부 내려 앉은 곳도 있었다고 한다.
주방 싱크대는 엄청난 고열을 견디지 못해 녹았고, 집 안에는 콘크리트 기둥과 철근들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한 소방관은 “당시 불이 얼마나 강했는지 보여주는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의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2차 합동 감식은 안전상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지난 9일 완전 진화 후 1차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이때 불이 난 아파트 천장 등에서 낙하물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화재 지점을 발굴하는 등 감식을 진행할 때 감식 요원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은 그물망이나 펜스 등 안전시설물을 우선 보강해 설치한 뒤 추가 감식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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