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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안내판? ‘이토 히로부미 친필’ 한국은행 머릿돌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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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안내판? ‘이토 히로부미 친필’ 한국은행 머릿돌 어쩌나

입력
2020.10.1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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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공론화 뒤 4년간 우물쭈물… 문화재청 “지자체에 안 맡기고 직접 조사”


한국은행 본점 화폐박물관(옛 조선은행 본점)에 있는 머릿돌(정초석). 새겨진 글씨가 일본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본점 화폐박물관(옛 조선은행 본점)에 있는 머릿돌(정초석). 새겨진 글씨가 일본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새겨진 글씨가 일본 초대 총리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친필인 것으로 알려진 한국은행 본점 화폐박물관(옛 조선은행 본점) 머릿돌의 운명이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2016년 공론화 뒤 4년 동안 우물쭈물해 온 문화재 당국이 처리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2일 “논란이 불거진 4년 전 당시 실태를 조사해 보고 역사적 사실이 명시된 안내판을 설치하거나 해 달라고 서울시와 중구청에 요청했지만 이후 진행이 더뎠다”며 “지금껏 제시된 근거 자료나 파악된 정황을 감안할 때 99% 이토의 글씨인 듯한 만큼 이번에는 정부가 직접 조사에 나서 진위 여부 논란부터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당 정초석 글씨를 쓴 사람이 이토라는 주장은 2016년 5월 민족문제연구소 회보를 통해 제기됐다. 이를 입증하는 사료도 여럿 소개됐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대상 국정감사 때 사본을 내놓은 간행물 ‘조선과 만주의 경제 개요’(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소장)도 그 중 하나다. 조선은행이 1918년 발간한 이 책에 머릿돌 사진과 함께 ‘이토 공작 글씨가 새겨진 주춧돌’이라는 설명이 실려 있다는 게 전 의원 얘기다. 현재 정초석 글씨 왼편 작성자 부분은 지워진 상태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본점 화폐박물관(옛 조선은행 본점) 머릿돌(정초석)의 글씨가 일본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임을 입증하는 사료를 보여주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본점 화폐박물관(옛 조선은행 본점) 머릿돌(정초석)의 글씨가 일본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임을 입증하는 사료를 보여주고 있다. 오대근 기자

문화재청의 진위 확인 작업은 일본 현지에 있는 이토의 손글씨 원본과 정초석 글씨를 대조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명치 42년(1909년) 7월 11일 공작 이등박문 정초’라는 휘호가 현재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하마마쓰(浜松)시 중앙도서관에 보존돼 있다고 한다. 선언만 남았을 뿐 정초석 글씨가 이토의 친필임은 기정사실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문제는 확정 이후다. 이날 국감에서 전 의원은 “하루라도 빨리 친필 고증을 마치고 정초석 철거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전문가 현장 조사를 통해 진위가 확실해지고 한국은행이 철거하겠다고 하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철거할지 여부를 확정하게 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없지 않다. 식민지 잔재도 우리 역사의 일부분인 만큼 역사 회고 및 연구의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에서 나온다. 문화재청 역시 안내문 설치 등을 통해 머릿돌을 남겨 두고 아픈 역사를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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