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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빵 원조' 청년 창업가 "파리바게뜨 판매 중단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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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감자빵 원조' 청년 창업가 "파리바게뜨 판매 중단 다행"

입력
2020.10.13 08:00
수정
2020.10.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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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카페 "파리바게뜨 감자빵 우리 것과 비슷" 문제제기
파리바게뜨 "피해 주려는 것 아니다"며 팔지 않기로

파리바게뜨가 출시한 감자빵(왼쪽)과 강원 춘천시 한 카페의 감자빵. SNS 캡처

파리바게뜨가 출시한 감자빵(왼쪽)과 강원 춘천시 한 카페의 감자빵. SNS 캡처


"판매를 중단해서 감사한 상황이에요."

파리바게뜨가 출시와 동시에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감자빵의 판매를 12일 중단하기로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희 감자빵과 너무나 흡사하다"고 호소했던 A카페 의 이모 대표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파리바게뜨의 판매 중단 결정에 고맙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연은 이랬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지난달 강원 평창군과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ㆍ소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감자를 대량 수매했다. 이에 파리바게뜨는 강원도 감자를 활용한 '감자빵 제품 3종'을 출시했고, 배스킨라빈스도 감자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선보였다.

9일 첫선을 보인 감자빵 제품 3종은 ▲쫄깃한 빵 속에 구수한 풍미가 좋은 강원도 감자로 만든 소(맛을 내기 위해 빵 안에 넣은 재료)를 넣고, 감자의 모양과 맛을 구현한 '강원도 감자빵'▲찐 감자를 반죽에 풍성하게 넣어 고소하고 담백한 '시골 찐 감자빵' ▲포카치아 위에 강원도 감자와 치즈, 베이컨 등을 얹어 조화로운 '강원도 감자 포카챠' 등이다.

모든 제품은 '두백 감자' 등 강원도에서 재배되는 감자를 사용했다. '두백 감자'는 쪄서 먹으면 식감이 포슬포슬하고,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특징인 국산 품종이다. 파리바게뜨는 이번 신제품들을 프로젝트 기간 동안 한정판으로 운영하고, 수익금은 평창군 장학 기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리바게뜨의 감자빵 3종 중 하나가 강원 춘천시의 감자를 테마로 한 유명 카페에서 만들어 파는 감자빵과 유사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강원 춘천시의 한 유명 카페 이모 대표가 12일 자신의 SNS에서 파리바게뜨가 최근 출시한 감자빵에 대해 문제제기 했다. 페이스북 캡처

강원 춘천시의 한 유명 카페 이모 대표가 12일 자신의 SNS에서 파리바게뜨가 최근 출시한 감자빵에 대해 문제제기 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파리바게뜨가 만든 감자빵은 외관으로 보나 캐릭터 모양으로 보나 저희 감자빵과 너무나 흡사하다. 대기업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한다면 판매를 멈추고 소상공인과 상생해달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몇수십건의 제보가 줄을 지어 오고 있다"라며 다른 이들이 표절 의혹 등을 제기한 SNS 게시글을 공유하며 "아버님이 개발하신 수년의 세월 그것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라며 아쉬워 했다.

청년 창업가인 이 대표는 오래 전부터 감자 농사를 지으며 품종을 개발해 온 아버지와 함께 2016년부터 감자를 활용한 여러 사업 아이디어를 시도하다 2018년 카페를 열었다. 이후 여러 종류의 빵을 만드는 시행 착오를 거쳐 올해 초 지금의 감자빵을 만들었다.

다행히 감자빵이 유명해지면서 서울 유명 백화점에서도 특별 판매를 하고 직원 수도 늘리는 등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했는데, 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인 파리바게뜨마저 비슷한 제품을 내놓자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

이 대표는 파리바게뜨가 감자빵을 출시한 직후부터 이메일 등을 통해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한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그 동안 개인 공방에서 감자빵을 따라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뭐라고 한 적이 없는데, 대기업(파리바게뜨)에서 하는 거라 상생의 의미와 어긋나는 것 같았다"며 "처음 출시한 날 빵 모양 등이 너무 비슷해서 판매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가 내놓은 감자빵 캐릭터(왼쪽)와 춘천 A카페의 감자빵 캐릭터. SNS 캡처

파리바게뜨가 내놓은 감자빵 캐릭터(왼쪽)와 춘천 A카페의 감자빵 캐릭터. SNS 캡처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씨도 이날 SNS에서 "파리바게뜨가 춘천의 작은 빵집이 만드는 감자빵을 복사했다"며 "파리바게뜨는 강원도 감자 재배 농민을 돕기 위한 감자빵이라고 홍보하고 있는데 춘천의 작은 빵집과의 상생은 생각해보지 않았던 거냐"고 지적했다.

파리바게뜨는 평창에서 사들인 감자를 모두 쓸 때까지 감자빵 3종을 한정 판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논란이 불거지자 출시 사흘 만인 이날 감자빵 3종 중 '강원도 감자빵'의 판매를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에 "(농가와) 상생하자는 취지에서 판매를 시작한 건데 카페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판단에 해당 빵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나머지 감자빵 2종은 판매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파리바게뜨의 판매 중단 조치를 두고 그나마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여기저기서 파리바게뜨의 감자빵 광고가 계속 보여서 속상했는데 (문제제기를 받아줘) 감사하다"며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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