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질수록 집 밖에 대한 욕망은 더 커진다. 영국 야생동물 영화제작자인 리처드 스튜어트는 10년 전 영국 최남단의 초원에 통나무집을 손수 지었다. 근처 해안에서 화강암 바위로 집의 초석을 닦고, 가까운 골짜기에 있는 나무를 베어 쌓아 올렸다. 지붕에는 초원에서 파낸 뗏장을 덮었다. 미완의 집에서 야영하듯 살면서도 그는 “자연과 연결되는 느낌이야말로 집에 불어넣고 싶은 것이었다”라며 “언제나 끊임없이 사람을 바깥으로 불러내는 집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멕시코 정글 한복판에 작은 콘크리트 집을 지은 연극제작자 클라우디오 소디는 “집은 사람을 움직여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삶과 자연을 즐기도록 만든다”고 했다. 그의 집에는 TV, 휴대폰 등 첨단기계는커녕 가구조차 거의 없다. 소디는 “은둔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라며 “풍경을 향해 문이 활짝 열려 있어 바깥으로 나가고 싶게 만드는 곳”이라고 말한다.
책은 3년 전 출간돼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캐빈 폰(Cabin Porn)’의 후속이다.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 ‘비미오(vimeo)’의 공동 창업자인 저자 자크 클라인(38)은 2010년 숲 속에 오두막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사이트 ‘캐빈 폰’을 만들었다. ‘캐빈 폰’은 오두막과 포르노를 합친 자연 속에 집을 짓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말한다.
전작에서 통나무집과 오두막, 흙집, 선상가옥, 유르트(천막 같은 집) 등 독특한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전세계의 작은 집 200채를 소개하며 사람들의 환상을 충족시켰다면 이번에는 건축방식과 인테리어 등에 집중하며 집 안으로 파고들어 궁금증을 해소한다. 전작에서 소개되지 않은 전세계 30개국 80여채가 담겼다.
대부분은 그곳에 사는 이들이 직접 지었다. 건축가 등 전문가의 손을 빌린 경우는 드물다. 주변에 있는 목재와 지푸라기, 도시에서 쓰고 버린 전신주와 유리 등을 다듬어 재활용했다. 집 안의 가구랄 것도 없다. 화목 난로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집을 따뜻하게 만들고, 휴대용 조리기구로 밥을 짓는다. 엉성하고 어설프다.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지만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가슴을 치는 까닭은 너덜거리는 창 밖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숲이 펼쳐지고 비뚤게 자리잡은 천창으로 비처럼 쏟아지는 태양빛과 별빛 때문이다.
코로나에 집에 갇혀버린 이들에게 책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미국의 깊은 산 속 오래된 통나무집을 손수 고쳐 사는 부부는 “작은 공간이야말로 우리가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편안함을 느끼려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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