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만 59개... 도쿄 지하에 '파르테논 신전' 들어선 이유

지하 22m 깊이에 '수도권외곽방수로'
500t 무게 기둥 59개 늘어서 지하 신전 연상
일부 시설 무료 견학 가능

지난달 3일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에서 한 직원이 '수도권외곽방수로' 의 72.1m 깊이의 1호 탱크 안쪽에 설치된 계단에 서 있다. 가스카베=AFP 연합뉴스

9월 3일 촬영한 것으로 한 직원이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카베 지하에 위치한 '수도권외곽방수로' 물탱크에 서 있다. 재앙적인 홍수로부터 수도 도쿄와 주변 지역을 보호할 수 있는 '수도권외곽방수로'는 거대한 돌기둥 59개가 떠받들고 있어 마치 지하 신전을 연상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태풍이 더욱 강력해지고 빈번해져 큰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스카베= AFP 연합뉴스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에는 암흑 세계나 좀비 영화 촬영장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 시설이 있다. 지하 22m 깊이에 거대한 기둥이 늘어서 있어 '지하의 파르테논 신전'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시설은 태풍과 홍수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된 '수도권외곽방수로'다. 1992년 착공해 2006년 6월 완공된 이 초대형 방수로는 장마와 폭풍, 태풍 등으로 인한 대형 홍수 피해로부터 도쿄 및 주변 지역을 보호하고 있다.

지난달 3일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의 수도권외곽방수로에서 한 직원이 72.1m 깊이의 1호 탱크를 가르키고 있다. 가스카베=AFP 연합뉴스

지난달 3일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에서 한 직원이 '수도권외곽방수로' 안을 걷고 있다. 가스카베=AFP 연합뉴스

방수로의 전체 구조는 길이 6.3㎞에 직경 30m, 깊이 70m의 거대한 지하 운하와, 높이 18m, 무게 500t에 달하는 기둥 59개가 떠받치는 구조의 대형 압력조절 수조 등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시설의 핵심인 초대형 수조는 축구장 2개 크기에 18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고, 탱크 수위가 10m를 넘으면 초당 200t의 물이 보잉 737 항공기의 엔진과 맞먹는 출력의 펌프에 의해 인근 에도 강으로 배출된다. 1년에 약 7회 정도 가동되는 것이 보통이나, 유난히 긴 장마가 이어진 올해는 9월에 이미 7번째 가동을 마쳤다.

일본 재난관리 당국은 재해관리의 중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기간 일부 시설을 공개하고 있다. 무료 견학이 가능하고, 영화 및 광고, 뮤직비디오 촬영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끈다. 투어 소요시간은 1일 1시간 30분이며 25명으로 제한된다.

오사카에서도 이와 비슷한 홍수시설이 204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는 등 홍수 방지 시설을 계속 확충하고는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더욱 빈번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엄청난 자연 재해를 극복하기 위해선 더 많은 대책과 시설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달 3일 한 직원이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의 '수도권외곽방수로' 로 들어가고 있다. 가스카베=AFP 연합뉴스

지난달 3일 한 직원이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의 '수도권외곽방수로' 안을 걷고 있다. 가스카베=AFP 연합뉴스

지난달 3일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의 '수도권외곽방수로' 안에 한 직원이 서 있다.가스카베=AFP 연합뉴스

정리=박주영 bluesk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