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결정문 처음 공개돼
위원회 본조사 결과 "일부 논문 저자 부당 표시 맞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 측에 아들 김모씨의 과학경진대회 참석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가 처음 공개됐다. 김씨의 논문 포스터 공동저자 등재 논란에 대해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조사한 내용이 적힌 문서를 통해서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서울대에 요구해 제출받은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결정문'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는 서 의원의 요구로 국회 교육위원회 의결을 통해 서울대가 공식 제출한 자료다. 그 동안 진실성위원회의 결정이 서울대 관계자의 전언 등으로 전해졌으나, 결과가 담긴 문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김모씨는 2014년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서울대 의대 윤모 교수의 지도 아래 의대 실험실에서 학술 포스터 관련 데이터 생성 실험과 미국 과학경진대회 준비를 동시에 했다. 이에 고교생이던 김씨가 서울대 실험실을 사용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일었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아들이) 한국에 있는 여름방학 동안 실험할 곳이 없어서 실험실을 빌려 달라고 부탁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울대 위원회 결정문에는 "윤 교수는 (나 전 의원의 아들) 김씨의 어머니로부터 김씨의 엑스포(미국 고교생 대상 경진대회) 참가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의대 의공학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게 했다"고 나와 있다. 나 전 의원이 단순히 실험실 사용을 떠나 경진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김씨는 이듬해 3월 의대 실험실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를 갖고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미국 뉴햄프셔 지역 과학경진대회에 나갔고 엔지니어링 부문 1등, 전체 2등의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서울대 측 "나 의원 아들 김씨 일부 논문 단순 작업 외 기여 없다"
김씨가 경진대회에 활용한 연구의 논문과 또 다른 논문의 포스터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도 논란이 됐었다. 서울대 측은 그중 한 건의 논문 포스터에 이름을 올린 것이 부당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연구처장과 교무처장 등 10명으로 구성된 진실성위원회가 지난해 9월부터 회의를 열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쳐 올해 4월 승인한 내용이다.
진실성위원회는 두 건의 논문 중 '비(非) 실험실 환경에서 심폐 건강의 측정에 대한 예비적 연구' 포스터에 나 전 의원의 아들이 제 4저자로 표시된 것은 '부당한 저자표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결정문에는 "논문을 마무리할 때 데이터 검증을 도와줬으나 이는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요하지 않는 단순 작업이고, 그 외의 다른 기여는 없다"며 "김씨의 기여는 저자로 포함될 정도의 기여라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4월 8일 열린 진실성위원회 회의에서도 "부당한 저자 표시에 해당한다. 위반 정도는 '경함'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을 심의했다.
'광전용적맥파(PPG)와 심탄동도(BCG)를 활용한 심박출량 측정 가능성에 대한 연구' 포스터에 제 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김씨가 연구를 직접 수행하는 등 논문 전반에 기여했기 때문에 부당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서울대병원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는 해당 논문이 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 대상이었는데도 심의를 받지 않은 점에 대해 규정 미준수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서 의원은 "나경원 전 의원이 해당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 관계자와 기자를 고발하는 등 아무 문제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엄마 찬스가 아니었다면 아들이 서울대 연구실에서 실험을 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 연구물에 부당하게 공동저자로 표기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또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김 씨가 서울대 의대 의공학 연구소를 사용한 것이 부당한 것이 아닌지를 판단하지 않았다"며 "(나 전 의원이) 아들의 미국 고교생 대상 경진대회 참가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점에서 서울대 시설의 사적 사용의 부당성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나 전 의원은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저자 등재 여부는 제 아들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당시 연구진과 담당 교수가 결정한 것"이라며 "보조 저자로 이름을 올릴 만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연구진과 서울대 판단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엄마 찬스라는 비난도 번지수부터 틀렸다"며 "제 아들이 연구실을 사용한 시기는 2014년 여름으로, 당시 저는 국회의원이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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