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복 뺏기가 도를 지나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거 동북공정 아닌가요?”
어느 포털의 한 카페에 올라온 글. 중국 드라마가 우리 전통 복식인 한복을 베껴다 쓰고 있다는 지적한 것이다. 트위터 등 SNS나 대형 커뮤니티 등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줄이었다. 정말 중국 드라마가 한복(韓服)을 베낀 것인지, 전통복식 연구자와 함께 짚어봤다.
중국 드라마에 등장한 조선스타일 망건과 갓
입길에 오른 중국 드라마는 청룽이 제작에 참여했다 해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성화14년(成化十四年)’. 명나라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는 유독 우리 전통 복식 형태와 꼭 닮은 망건, 갓이 도드라져 보인다.
한 전통 복식 연구자는 "조선의 망건은 폭이 좁아 이마만 두르는 대신, 명나라 망건은 폭이 넓어 정수리까지 올라오고 형태도 입체적"이라면서 "드라마 속 망건은 조선시대 것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갓도 그렇다. 명나라에다 갓과 비슷한 챙이 있는 모자를 썼지만, 말총을 이용해 반투명으로 짜고 모자 윗부분과 챙을 완벽하게 구분지은 형태는 전형적인 조선 후기 갓의 모양새라는 설명이다.
단순 고증 오류일 가능성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이걸 '한복을 베꼈다'라고 몰아부치기는 어렵다. ‘성화14년’의 등장인물들이 조선 스타일의 망건과 갓을 쓰고 있지만, 머리카락은 정수리에 묶은 뒤 이마 쪽으로 늘어뜨렸다. 이건 명나라, 조선 어디에서도 하지 않던 방식이다. 망건과 갓도 조선시대 스타일이라곤 하지만, 이마 장식이나 갓끈의 형태 등 디테일에선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의도적인 베끼기라기보다는 화면에 예쁘게 비치는 것을 우선시하다보니 생긴, 의도치 않은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도 2017년 방영되면 큰 인기를 누렸던 중국 드라마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는 특정 시대 배경이 없는 무협 판타지였는데, 여기 등장하는 시녀들이 조선시대 복장으로 나와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당시에도 "그저 차용했을 뿐"이란 평가가 대세였다.
올해 방영된 ‘소주차만행(少主且慢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재연됐다. 역시 배경은 명나라다. 드라마 속 주요인물들은 한푸(漢服ㆍ중국 한족 전통 의상)에 가까운 옷을, 시녀들은 한복에 가까운 옷을 입고 나왔다. 하지만 그 때도 평가는 "두 복장 모두 제대로 된 한푸와 한복은 아니다"였다.
티격태격 한중 네티즌
하지만 한중 네티즌들은 이걸 가지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 네티즌들은 “조선인으로 위장한 설정인 줄 알았다”, “시녀에게만 한복 입히는 게 음침하다”, “이젠 전통 복식까지 뺏어 가냐” 등 날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 네티즌들은 "너무 한국의 전통 복장 같아서 깜짝 놀랐다”거나 “원래 한국은 중국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국 모두 과도한 반응이란 설명이다. 한 전통 의상 전문가는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고증 부족으로 의도치 않게, 혹은 연출 효과 등을 감안해 의도적으로 전통복식과 다른 옷을 등장시킨 경우가 있지 않느냐"며 "중국 드라마도 큰 문제가 있기 보다 그런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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