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세력 납치 음모 발각됐는데도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겨냥 막말ㆍ선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보름 앞두고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라는 구호를 또 꺼내 들었다. 2016년 대선 당시 ‘이메일 스캔들’에 휘말린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써먹었던 말로 이번엔 민주당 소속인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타깃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한다며 연방정부 시책과 달리 강력한 봉쇄조치를 내렸다는 이유다.
18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시간주(州) 머스키곤 유세에서 “여러분은 주지사가 주를 다시 정상화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지지자들이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라고 연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 모두를 감옥에 가둬라”라고 화답했다. 코로나19 관련 대응책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해온 휘트머 주지사를 맹렬히 공격한 것이다. 미시간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0.2%포인트 차로 신승했던 지역이지만, 현재 판세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휘트머 주지사가 납치음모 사건의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발언이 단순한 대선 구호에 그치지 않고 되레 폭력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앞서 7일 미 연방수사국(FBI)은 한 무장단체와 함께 휘트머 주지사를 대선 직전 납치하려는 음모를 꾸민 혐의로 남성 6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주지사를 납치해 위스콘신주의 은거지로 옮긴 후 ‘반역죄’로 재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 사격연습과 군사훈련, 폭발문 제조 등을 시도하면서 주의회 의사당 공격 모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휘트머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이는 분명히 나와 가족, 다른 공무원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언사”라며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NBC방송은 납치음모가 발각된 지 10일 만에 대통령의 비상식적 언사는 “국내 테러행위를 선동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NYT도 “선거유세에 복귀한 이후 트럼프는 여성이나 노년층 유권자들을 끌어오기 위한 메시지를 내놓기 보다 코로나19 사태를 축소하고 여성 지도자를 공격함으로써 이들을 더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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