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택배 김모씨 죽음 두고
사측 "부검 결과 지병 있었다"
"과로가 사인" 유족 주장에 맞서
“한진택배는 형이 하루 200개 내외를 배송했기 때문에 과로사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200개도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닌데 형은 400개가 넘는 택배를 배송하다 새벽 4시가 넘어 퇴근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19일 오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서울 소공동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고인이 된 택배기사 김모(36)씨의 유족은 이렇게 물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1년 3개월 동한 일해온 김씨는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과 노조는 김씨의 죽음을 과로사로 보고 있다. 부검 결과 고인의 사망 원인이 과로와 직결된 심혈관계 질환인데다, 그가 숨지기 직전 야간 업무로 힘들어했다는 정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책위가 공개한 고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그는 숨지기 나흘 전인 지난 8일 새벽 4시 28분쯤 회사 동료에게 “오늘 420(개를) 들고 나와서 지금 집에 가고 있습니다”라며 심야에도 이어지는 배송의 괴로움을 호소했다. 고인은 또한 “저 집에 가면 새벽 5시, 밥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 못 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 정리해야 해요” 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진택배 쪽은 “부검 결과 고인은 두 달 전 협심증을 겪는 등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정됐다”며 김씨의 사망이 과로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진택배는 또한 “고인이 평소 200개 내외의 물량을 담당했으며, 이는 다른 택배기사들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인이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낸 지난 8일에 대해서는 “물량이 300건 남짓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유족과 대책위는 그러나 고인은 키가 190㎝가 넘는 건장한 체격으로 지병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김씨의 동생은 “평소 형과 전화를 자주 했지만 안부를 제대로 묻지 못했다. 아침에 전화하면 ‘분류하고 있다’, 오후에는 ‘배송 중이다’, 저녁엔 ‘아직도 집에 못 갔다 나중에 얘기하자’며 통화를 길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형이 메시지에 남긴 ‘너무 힘들어요’라는 마지막 말에 너무 안타깝다”며 “한진택배의 정확한 진상규명과 공식적인 사과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들어 과로사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이한 9번째 택배기사다. 대책위는 “고용노동부는 택배노동자가 심야배송을 하지 않게 하겠다고 얘기해놓고 단 한번도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며 “심야노동 금지대책이 만들어졌다면 고인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질타했다. 이재갑 고용부장관은 지난 8월 13일 CJ대한통운 등 주요 택배사 및 한국통합물류협회와 만나 △택배종사자 건강보호 △충분한 휴식시간 보장 및 심야시간까지 배송을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한 바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