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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만 씁쓸… '평양 유튜버'의 열병식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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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만 씁쓸… '평양 유튜버'의 열병식 선전

입력
2020.10.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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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평양의 진희입니다. 10월 10일은 노동당 창건 75돌을 맞아 평양의 모든 식당에서 명절 봉사가 진행됩니다. 북한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지난 10일 개최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뒷얘기를 전하는 '평양 유튜버' 진희의 소개말이다. 북한이 당 창건 기념 열병식을 전 세계에 선전하기 위해 유튜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이 평양 유튜버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전하며 나름대로 선전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관제 선전 방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 '무늬만 유튜버'라는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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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튜브 선전매체 진실의 메아리(Echo of Truth)에서 유튜버 진희가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10일 평양 시민들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Echo of Truth 캡처

북한 유튜브 선전매체 진실의 메아리(Echo of Truth)에서 유튜버 진희가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10일 평양 시민들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Echo of Truth 캡처



당창건일 맞아 고급 요리 즐기는 평양 시민

북한 유튜브 선전매체인 '진실의 메아리(Echo of Truth)'와 '새로운 북한(NEW DPRK)'은 지난 10일 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로 관련 홍보 영상을 연달아 게재했다. 대부분 열병식의 전투기 불꽃 쇼와 청년들의 횃불 축제 등 볼거리 위주로 편집해 보여주고 있다.

평양 유튜버들이 북한의 일상을 전하는 브이로그(VLOG) 형식 영상에선 열병식 뒷이야기도 공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열병식 '눈물 연설'에 감동 받은 평양 시민들의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작가 최형록씨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연설을 들으며 백배, 천배 존경심이 더해졌다"며 감격했다. 불꽃놀이 관람을 끝낸 평양 시민은 "승리의 대경사로 빛난 오늘은 더 큰 승리를 위한 장엄한 시작"이라며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유튜버 진희는 당 창건 기념일 당일 오후 대성 백화점을 찾아가 평양 시민들이 일상을 즐기는 모습도 소개했다. 진희는 "오늘 모든 식당에서 명절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고급 식당에서 냉면과 불고기 등 한식과 양식까지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진희는 "주민들은 당과 함께 헤쳐온 지난날을 추억하며 밝은 앞날에 대해 이야기 한다"며 자랑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수해 복구 차원에서 새 집 짓기를 끝낸 함경남도 홍원군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수해 복구 차원에서 새 집 짓기를 끝낸 함경남도 홍원군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도 유튜버 시대… 진화된 선전선동 뒤에는?

하지만 북한 유튜버들이 보여주는 평양의 모습은 전문가들과 국제사회가 진단하는 북한의 위기 상황과 거리가 있다. 올해 북한 경제는 3중고(대북제재, 코로나19, 수해) 위기로 물자 부족이 심각하고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될 만큼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튜버들이 보여주는 대성백화점 진열대에는 식료품과 각종 잡화가 모자람 없이 진열되어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도 주민들이 각종 전시회와 공연을 자유롭게 즐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준다"며 "유튜브 속 평양은 북한 내 특권 계층의 삶을 보여줄 뿐 북한 주민 전체의 삶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방송이 관제 매체들의 선전 방송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북한 당국이 평양의 화려한 모습을 강조할수록 평양 이외 지역과의 심각한 빈부격차가 드러나는 건 아이러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19일 1면 기사로 소개한 함경남도 홍원군 수해 복구 현장에서 '새집들이' 행사 사진을 보면, 북한 주민의 생활 수준은 남한의 1970년대에 불과하다. 이 곳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방문해 수해 복구를 지시한 곳이었지만 생활 수준이 넉넉지 않다는 게 한 눈에 드러난다. 최근 북한은 식량난이 가중돼 3중고를 넘어 4중고(대북제재ㆍ코로나19ㆍ수해ㆍ식량난)를 겪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현재 3중고의 피해는 북한의 상류층이 아닌 중산층과 빈곤층 주민에게 집중돼 있는데, 내부 빈부격차가 심해질수록 민심 이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봤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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