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상황보다 더 긴박하게 보고 있다."
친이낙연계로 꼽히는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선 경쟁 양상을 두고 19일 이렇게 말했다. 이 지사의 추격세에 잔뜩 긴장했다는 뜻이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이 지사가 눈에 띄게 약진하는 것을 이 대표 쪽은 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낙연 '본진' 치고 들어가는 이재명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이 이 대표에 가까워지는 모습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한국갤럽의 10월 2주차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자 중 이 대표 지지율은 36%, 이 지사는 31%였다. 9월 2주차 같은 조사에선 이 대표(40%)가 이 지사(28%)를 12%포인트 차이로 앞서 있었다.
한국리서치·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가 발표한 10월 2주차 전국지표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내 지지율은 이 대표가 44%, 이 지사가 33%였다. 직전 9월 3주차 같은 조사에선 이 대표가 49%, 이 지사가 33였다. 격차가 16%포인트에서 11%포인트로 줄어든 것이다.
올해 초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이 지사가 이 대표 '본진'을 치고 들어가는 경향은 더 뚜렷이 나타난다. 리얼미터의 2월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 중 이 대표 지지율은 59.2%, 이 지사 지지율은 18.7%였다. 40.5%포인트에 달했던 차이는 9월 같은 조사에서 15.9%포인트(이 대표 47.7%, 이 지사 31.8%)로 작아졌다.
이재명, 민주당 향한 '사이다' 멈추다
이 지사의 당내 지지 확대는 이 지사의 '침묵'과 관련 있다. 이 지사는 포퓰리즘 경계를 넘나드는 '사이다' 발언으로 기성 정치인들과 차별화해 대선주자급으로 고속 성장했다. 이 지사는 범여권으로 분류되면서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겨냥한 '사이다' 발언을 굳이 자제하지 않았다.
최근엔 달라졌다. 정부ㆍ여당과 그다지 각을 세우지 않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지사가 추석 연휴 전부터 민주당 지지층과 '코드'를 맞추려는 모습을 보인 게 당내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당정을 향한 이 지사의 비판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종적을 감췄다. 이 지사가 정부ㆍ여당의 '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정책을 비판한 건 지난달 10일, 2차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지원 방침에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반기를 든 건 지난달 6일이었다. 이후 이 지사는 이달 15일 페이스북에서 공정경제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 국회 처리를 국민의힘에 촉구하는 등 당정을 지원 사격하는 모드로 전환했다.
'친문' 잡기 경쟁 뜨거워진다
이 지사가 스탠스를 바꾸면서, 민주당 주류인 친문재인(친문) 지지층의 마음 잡기 위한 이 대표와 이 지사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내년 9월 열리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선 권리당원 80만명이 명실상부한 최대 유권자 그룹이고, 권리당원 중 상당수가 열성 '친문'이다.
이 대표가 최근 출범시킨 '2020 더 혁신위'가 온라인 권리 당원들의 대표성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도 친문 표심에 호소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경기지역 재선 의원은 "이 지사 쪽에서도 권리당원을 모집하고 나섰다고 들었다"며 "두 후보간 경쟁이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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