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서 "공문서 작성 중요" 강조한 부분 빠져
아베 정권의 각종 공문서 조작ㆍ폐기 의식한듯
재출간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저서에서 공문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이 삭제됐다. 이를 두고 스가 총리가 계승을 강조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 불거진 공문서 조작 및 폐기 논란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스가 총리의 저서 ‘정치가의 각오’는 20일부터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야당 의원 시절인 2012년 3월 출간한 '정치가의 각오-관료를 움직이게 하라'의 개정판으로, 2006~2007년 아베 1차 집권 당시 총무장관을 역임하면서 자신이 역점 추진한 정책을 소개하고 관료 활용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동안 절판됐던 이 책은 지난달 자민당 총재선거 직전 스가 총리가 유력한 '포스트 아베' 후보로 부상하자 인기가 급상승했다.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서는 정가의 80배에 달하는 10만엔(약 11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개정판에는 집필 당시 여당인 민주당 정권을 비판하는 부분이 삭제됐고 관방장관 시절의 스가 총리 인터뷰가 추가됐다. 삭제된 부분에는 스가 총리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발생 후 민주당 정권의 회의록 및 보존상태에 대해 "정부는 모든 기록을 극명하게 남기는 것이 당연하고 회의록은 가장 기본적인 자료"라며 "그것의 작성을 게을리한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라고 비판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재출간하면서 해당 내용이 삭제되자, 아베 정권의 국유지 헐값 매각과 관련해 공문서 조작이 들통난 가케학원 스캔들과 정부에 불리한 공문이 폐기된 벚꽃을 보는 모임 논란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정부는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문가회의를 주재하면서 발언자와 구체적인 발언 내용을 담은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스가 총리는 2017년 관방장관 기자회견에서 가케학원 스캔들과 관련한 정부의 회의록 공개에 대해 질문하던 기자가 공문서 관리를 강조한 대목을 읽으며 "이것을 책에 쓴 정치가가 누군지 아십니까"라고 추궁하자, "모른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출판사 측은 개정판에 대해 "민주당 비판보다는 최근 인터뷰를 싣는 게 독자의 요구에 더 부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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