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들 "전체 물량 동일...가능한 이야기"
우체국 택배는 근무 이원화로 주 5일 도입
택배회사 '서비스 질 떨어진다' 며 반대
올해만 10명 이상의 택배노동자가 과로 등으로 사망하자, 현재 주 6일제(일요일 휴무)인 택배기사들의 근무형태를 일괄 주 5일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택배기사는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로, 별도의 근로 시간 규제를 받지 않다 보니 새벽까지 일하는 '무한 노동'의 굴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새벽 배송' '로켓 배송' 등 물류업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택배회사들이 자율적으로 토요 배송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택배기사 노조는 주 5일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 집행위원장은 20일 "사망한 한진택배 기사 작업 시간에서 보듯이 '생존권' 차원에서 주 5일제는 바람직한 방향이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36)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하기 4일 전에도 새벽 4시30분까지 배송을 하며 "저 너무 힘들어요"라고 토로했다.
현장의 택배기사들도 주 5일제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택배는 통상 휴일 다음날인 월요일에 물량이 제일 적고, 화요일에 가장 많다. 화요일부터 토요일로 갈수록 물량이 점차 줄어든다. 3년차 택배기사 권모(40)씨는 "토요일 물량이 200~250개, 월요일이 100개, 화요일이 400개 정도로 토요일과 월요일을 합한 게 화요일 물량과 비슷하다"며 "금요일에 신선식품을 집하하지 않으면 토요일 배송을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10년차 택배기사 최모(52)씨도 "토요일 하루 일을 안 한다고 해서 전체 물량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수입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며 주 5일제에 찬성했다.
토요 배송을 계속하더라도, 택배기사의 인력을 늘려 주 5일제를 보장하는 방법도 있다. 우체국 택배가 이런 경우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집배원의 과중한 업무가 논란이 되자 택배를 위탁하는 우정사업본부 산하 '물류지원단'의 택배기사 인원을 늘려, '월-금' '화-토'로 근무일을 이원화하는 방식으로 주 5일제를 확대했다.
하지만 택배회사는 택배기사의 주 5일제가 고객 서비스 질을 떨어뜨린다며 반대한다. 온라인 쇼핑이 24시간 이뤄지는데, 휴일이 많아지면 이를 뒷받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쿠팡, 마켓컬리 등 일요일 배달이 일반화돼 있는 상황에서 일부 택배회사만 주 5일제를 선언하기란 어려운 현실이다. 진경호 위원장은 "2014년에도 잠시 토요 택배 폐지가 논의됐지만 회사들끼리 합의가 안 됐다"며 "주 5일제는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 5일제 외에도 택배기사의 근로 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부는 주 5일제를 하면 소득이 줄어들 수 있어 규제를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며 "최소한의 휴식 시간을 위탁계약서에 명시하는 방식으로 장시간 노동을 예방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주 5일 일해도 하루 16시간 일한다면, 달라지는 게 없다"며 "주당 70시간이 넘는 택배기사들의 노동 시간 총량을 주 52시간 이하로 단축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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