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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아이도 노는 게 제일 좋아

입력
2020.10.22 15:00
수정
2020.10.22 17:3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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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이지선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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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권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어른만큼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인에게만 허락되고 아이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투표권과는 반대로, 성인에게는 굳이 명시하지 않지만 아동에게는 건강하고 성숙한 발달을 위해서 꼭 필요하기 때문에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로 명시된 놀 권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듣는 수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시기에 맞는 적절한 신체 발달과 운동 능력도 기를 수 있고, 놀면서 친구를 사귀기도 하며, 서로 다른 의견에 싸우다 의견을 조율하고 여럿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방법도 익히며, 혼자 놀면 혼자 노는 대로 깊은 생각을 기르고, 놀다가 자신의 감정을, 예술적 재능을 표현하기도 한다. 놀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아 전혀 다른 새로운 놀이를 하게 되기도 하고, 신나게 놀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놀면 즐겁고 행복해진다. 오죽하면 뽀로로 노래의 첫 소절이 “노는 게 제일 좋아”라고 시작했을까.

이런 놀 권리는 우리나라도 1991년에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제31조에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학교에 다녀오면 숙제하고 친구와 노는 게 당연했던 20~30년 전의 아이들과는 달리, 2020년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과도한 학업 부담과 경쟁적인 환경 속에 놀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이 없어졌고, 친구를 만나려면 놀이터가 아닌 학원에 가야 하는 게 현실이 되었다. 노래하고 그림 그리는 것은 친구와 하는 것이 아닌 학원 선생님 앞에서 배워서 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한동안은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 놀이는 엄두도 못냈고 그러다 보니 친구와 놀려면 엄마들끼리 우선 약속을 하고 키즈카페에 가거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PC방, 노래방을 찾는 등, 놀려면 돈이 드는 놀이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문화는 경제적 수준에 따라 친구가 달라지기도 하고 돈이 없어서 친구와 놀 수 없게 되기도 하는 결과가 생기게 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 속에 몇 배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바로 장애를 가진 아동이다. 남들 다 공부하고 일할 때 나만 못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짜증 나는 건 남들 다 즐겁게 노는데 나만 못 놀고, 구경만 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 내 눈앞에서 내 또래의 아이들이 잡기 놀이를 하고 그네 타고 노는 것을 보고 있는데 내가 앉아 있는 휠체어는 힘이 센 어른이 밀어도 모래판 위에선 움직이지지 않고, 나는 누가 밀어줘도 그네에 앉아 양손으로 잡고 버틸 악력이 없다면 어떨까? 누군가는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날 일이다. 그런데 그 짜증 나고 눈물 나는 상황이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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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차도, 휠체어 바퀴도 구를 수 있는 평평한 바닥이면 된다. 모래 아닌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다른 재료를 사용하면 된다. 회전놀이기구도 굳이 무릎 위 높이에 있지 않아도 된다. 높이를 바닥과 같이 해서 회전축을 땅 속에 두면 휠체어도, 보폭이 짧은 아이도 쉽게 타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즐길 수 있다. 그네도 등받이나 안전띠를 두면 혼자 앉기 어렵거나 손 힘이 별로 없는 아이도 안전하게 탈 수 있다. 또 그네의 모양에 대한 편견을 깨고 누워서도 탈 수 있도록 만든 원형 그물 그네를 설치하면 누구나 탈 수 있다. 휠체어도 오를 수 있는 큰 그네도 있다. 발을 구르지 않고 손으로 당기면 흔들리는 그네를 설치하면 휠체어를 탄 아이도 타고, 또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서서 타면 그것대로 재미있다. 휠체어를 탄 채 탈 수 있는 시소는 또 어떤가? 이런 곳이 바로 ‘무장애 놀이터’다. 장애가 있든지 없든지, 나이가 어리든지 많든지, 그 무엇도 장애물이 되지 않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놀이터가 있다.

나이와 발달 정도, 장애의 경계가 없는 놀이터에서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며 한번쯤은 함께 깔깔거리고 놀아 본 아이들이 만드는 20~30년 후의 우리나라는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다를 것이다. 무장애 놀이터에서 공존했던 아이들이 무장애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기를 기대하며, 몇 년 전부터 아동단체들과 민간 및 지자체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가는 무장애 놀이터가 이제 뉴스 속에서가 아니라 동네 이곳저곳에서 흔하게 보이는 놀이터가 되기를 바란다.

이지선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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