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예단할 때 아니다...막판 추격전"
강경화 외교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고위 관료들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 결선에 진출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선거전 지원에 총력을 쏟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에도 강 장관은 많게는 하루 3차례 WTO 회원국 외교 장관에게 전화해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최종건 차관도 최근 들어 거의 매일 한국 주재 외국 대사를 만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나이지리아 출신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하는 터라 열세인 선거 판세를 뒤집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강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21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강 장관은 유명희 본부장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당부해 긍정적 반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의 초청으로 가까운 시일 내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강 장관은 아울러 몰디브 외교장관(22일), 스웨덴 외교장관(21일), 오스트리아ㆍ폴란드ㆍ덴마크 외교장관(20일) 등과도 잇따라 통화했다. 앞서 19일에도 핀란드ㆍ슬로베니아 외교장관에게 전화해 유 본부장의 역량을 설명했다. 요즘 강 장관의 주요 일과가 유 본부장 선거 운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종건 1차관도 유 본부장이 결선에 진출한 8일 이후 인도ㆍ러시아ㆍ아세안(ASEAN) 등 서울 주재 대사들을 매일 만나다시피 하며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외교부의 '유명희 당선 총력전'은 지난 12일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특명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도 이번 주에만 이탈리아와 말레이시아 등 6개국 정상과 통화했다.
유 본부장이 WHO 사무총장에 선출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가 되지만, 객관적으로 열세인 선거 판세를 뒤집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한 외교 소식통은 "결선까지 진출했으니, 확률은 절반 대 절반이라는 심정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아프리카 출신 후보에 대한 유럽의 지지세가 워낙 강해 여전히 불리한 입장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선거 지원전을 펼쳤는데도 유 본부장이 낙선할 경우 외교력을 탓하는 비판 여론이 나올 수 있는 점도 부담 요인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유 본부장과 결선에서 겨루는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아프리카연합(AU) 55개 회원국에다 유럽연합(EU)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유 본부장이 미국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많은 표를 갖고 있는 EU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다는 게 선거 막판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면서 "결선까지 온 만큼 최종 결과를 예단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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