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는 일본ㆍ호주ㆍ인도의 측방 연대
어렵지만 한국도 측방 강화 적극화 필요
흑백논리 넘어야 미중경쟁 시대 극복 가능
미중관계 기조가 협력에서 경쟁으로 바뀌면서 우리가 선택에 내몰리는 일이 많아졌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문제를 두고,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한국 역대 정부의 고민은 깊어 왔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다. 지리적 위치와 경제 상황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역내 국가가 공통으로 부딪히고 있다. 쿼드(Quad), 즉 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안보대화도 본질에서 차이가 없다.
이달 초 도쿄에서 열린 쿼드 2차 외무장관회담은 쿼드를 인도태평양의 독립된 협의체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관회담을 연 1회 정례화하고 다른 나라를 참여시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할 가능성을 제시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그런가 하면, 이번 회담은 쿼드가 미국으로부터 동력을 얻기도 하지만, 일본·호주·인도의 측방 연대가 된다는 점도 보여 주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쿼드를 반중연합으로 밀고 가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중국공산당의 착취, 부패, 억압에서 우리를 보호하자’고 했지만, 다른 3국은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
쿼드 4국은 각자의 전략 환경과 경제 상황에 따라 중국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 일본과 호주의 전략적 지향은 태평양에 있고, 인도에는 인도양이 더 중요하다. 3국 모두 남중국해 항행자유작전(FONOP)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군함의 무해통항권을 인정하지 않는 점에서 인도의 입장은 오히려 중국에 가깝다. 인도 외교의 키워드는 전략적 자율성이다.
또한, 미국을 제외한 3개국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지속하기를 원한다. 10월 15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 계기에 일본은 미국의 ‘클린네트워크’ 구상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5G 관련 미국의 안보 우려를 이해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반해 특정국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쿼드를 측방 연대로 보면 이해가 쉽다. 2차 쿼드 회의가 도쿄에서 열리는 것을 본 일본의 한 전직 외교관은 "14년의 인내가 거둔 일본 외교의 승리"라고 자축하는 칼럼을 썼다. 중국도 쿼드를 ‘냉전적 대결책동’으로만 치부해서는 대응방안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여건은 일본이나 호주, 인도보다도 어렵다. 지난해 10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교수는 중국과의 지리적 근접성과 크기(경제력 8배, 국방비 6배), 경제 관계, 분단 상황 때문에 한국의 선택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외교역의 GDP 기여 비중을 감안한 2017년 우리의 대중의존도는 20%였다. 일본 6.5%, 호주 12.6%, 인도 4.5%에 비해 많이 높다.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한국의 입장은 진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워싱턴에서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 했다. 강경화 외무장관은 9월 24일 뉴욕 아시아협회 인터뷰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포괄적이고 개방적이며 국제법에 부합하는 접근’이라면 누구든지 함께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측방 연대를 모색하는 대화에 한국이 목소리를 좀 더 크게 내도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검정과 하양 사이에는 짙고 옅은 여러 가지 회색이 있고, 그밖에도 빨강, 파랑, 노랑 등 수없이 많은 색깔이 있다. ‘검정과 하양이 아니면 회색이고 회색은 모두 나쁘다’는 논리는 미중경쟁 시대를 헤쳐 나가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고, 현실에 맞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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