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태풍으로 떠오른 라임자산운용(라임)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8월 초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부임한 박순철 전 검사장이 지난 22일 전격 사임하면서 검찰 안팎에 큰 충격파를 던진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이정수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 후임으로 발탁된 탓이다. ‘추미애 라인’으로도, ‘친(親)윤석열’ 인사로도 분류되지 않는 그를 새로운 수사 책임자에 앉힌 건 조직의 안정은 물론, 향후 수사결과에 대한 평가까지 의식하면서 고심을 거듭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수사결과 '공정성 논란' 불식 의도했나
당초 법조계에선 23일 오전까지만 해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공석’ 상태인 서울남부지검장 자리를 친정부 성향 인사로 채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여권 관계자들에 대한 로비 의혹이 여전한 상황인 데다, 서울남부지검은 서울중앙지검 다음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몰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정수 검사장의 신임 서울남부지검장 임명은 무엇보다 수사결과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 차단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검사장은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했고,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현 정부 들어 승승장구해 왔다. 그러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등처럼 ‘친정부 검사’로 거론되지는 않는다. 올해 1월 이후 대검에 있으면서 안팎의 평가가 좋았고, 윤 총장과의 관계도 상당히 원만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 능력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2015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와 1부를 연달아 맡았고, 개인정보사범을 대거 적발해 국제검사협회(IAP)의 ‘올해의 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대표되는 ‘정통 특수통’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어느 쪽에서든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 수사에 영향 줄 수도
다만, 지난 8월에 이어 3개월여 만에 또다시 서울남부지검의 수장이 교체된 건 어떤 식으로든 수사 흐름이나 동력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펀드 환매 중단 이후부터 본격화한 ‘라임 사태’ 관련 수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현재까지 50여명이 형사처벌되는 등 수사의 양도 방대하다. 지난 1월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폐지로 형사6부에 사건이 재배당된 데다, 8월 말 인사에선 수사팀 일부가 교체되는 등 직제나 인적 구성에도 변동이 잦았다.
게다가 형사6부 산하에 ‘검사ㆍ수사관 비위 의혹’ 전담팀과,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팀이 동시에 굴러가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이 검사장이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수사 결론도 확연히 갈릴 공산이 크다. 윤 총장은 라임 사태를 ‘다중 피해가 발생한 금융 범죄’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해 왔다. 반면, 추 장관은 기존 라임 수사팀에 대해 ‘여당 측 인사는 과잉 수사, 야당 측 인사는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 감찰까지 지시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의 ‘감찰 지시’를 두고 “사실상 윤 총장을 겨눈 포석”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대검 감찰부와 함께 추가 의혹을 조사하라’는 부분은 결국 대검에 대한 강제수사를 염두에 둔 언급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미 윤 총장은 전날 국정감사에서의 ‘작심 발언’으로 여권 및 추 장관과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이 같은 현 상황의 중심에 있는 라임 수사팀이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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