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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 가위에 반려견 혀 잘렸는데... 돌아온 말은 "안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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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 가위에 반려견 혀 잘렸는데... 돌아온 말은 "안 죽어요"

입력
2020.10.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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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동물 이슈]

1. 가위에 혀 잘린 강아지… 미용사 반응은 “안 죽어요”?

우리 강아지는 물 마실 때도 불편해하고 있어요.
이제 저 혀로 평생을 살아야 돼요.

강아지 '망고' 반려인 A씨

A씨 반려견 '망고'의 사고 전 모습. 사고 후 망고의 모습

A씨 반려견 '망고'의 사고 전 모습. 사고 후 망고의 모습

반려견 ‘망고’(4?비숑 프리제)의 보호자 A(25)씨는 동그람이와의 통화 도중 울먹였습니다.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반려견 미용실에서 겪은 일이 그에겐 악몽으로 남은 듯했습니다. 그날 망고는 미용을 받다 혀 일부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A씨 반려견 '망고'의 사고 전 모습. 망고의 혀 일부는 사고로 잘려나갔다. 망고 반려인 A씨 제공

A씨 반려견 '망고'의 사고 전 모습. 망고의 혀 일부는 사고로 잘려나갔다. 망고 반려인 A씨 제공


A씨는 사고가 나기 전부터 미용사 B씨가 반려견을 함부로 대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B씨가 망고를 씻길 때부터 물을 사정없이 뿌려댔다”며 “망고도 긴장한 듯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A씨는 ‘도와줄 테니 조심히 다뤄달라’고 B씨에게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고 합니다. 결국 A씨는 미용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고 미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망고의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놀란 A씨가 급히 미용대로 가보니 망고의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B씨는 “살짝 베인 것 같다”고 말했지만 출혈량은 상당했습니다.

병원에서 망고의 상태를 진단할 때의 모습. 망고는 이날 전신마취를 하고 잘린 혀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망고 반려인 A씨 제공

병원에서 망고의 상태를 진단할 때의 모습. 망고는 이날 전신마취를 하고 잘린 혀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망고 반려인 A씨 제공


망고의 상태가 위급하다 여긴 A씨는 동물병원으로 망고를 데리고 갔습니다. 병원 진단 결과 망고는 혀가 잘려 봉합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수술 이후 망고는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A씨는 “망고가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갈 때도 많이 두려워한다”며 이번 사건이 트라우마로 남은 듯하다고 전했습니다.

A씨 “B씨는 사과 없이 ‘안 죽어요’라고 말했다”

A씨가 문제 삼는 것은 사고 이후 B씨의 태도입니다. A씨는 병원에 이송하던 도중 망고의 혀 일부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B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잘린 망고의 혀 부위를 찾아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전화를 받은 B씨는 “(A씨가) 너무 흥분한 상태라 잘못 본 듯하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망고의 혀가 절단된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B씨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A씨는 “병원 진단 이후 B씨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내가 동물병원에서 근무했었는데 이런 걸로 안 죽는다’고 말했다”며 “사고를 당한 강아지와 보호자에게 미안한 태도가 아니었다”고 사건 당시를 돌아봤습니다.

사고로 혀 일부를 잃은 망고의 모습. A씨는 미용사 B씨가 '혀가 잘렸다'는 진단을 듣고도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고 주장했다. 망고 반려인 A씨 제공

사고로 혀 일부를 잃은 망고의 모습. A씨는 미용사 B씨가 '혀가 잘렸다'는 진단을 듣고도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고 주장했다. 망고 반려인 A씨 제공


병원에 망고를 맡기고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미용실로 돌아온 뒤에도 A씨는 B씨의 사과를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사과가 먼저 아니냐’며 B씨에게 따졌더니 돌아온 대답은 ‘어차피 사과 안 받을거잖아요’였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B씨 “충분히 사과했지만 피해자 요구 과했다”

A씨는 19일 이 사건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했습니다. 그러자 A씨의 게시글에 B씨도 반박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는 A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고 말합니다.

B씨는 사고 경위에 대해 “강아지가 미용 거부가 심해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려다 방심하고 입 주위 털을 자르려다 강아지 혀가 튀어나와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뒤 A씨와 통화하면서 ‘죄송하다, 신속히 지혈하고 치료하면 괜찮을 것이다’라고 말씀드렸다”며 “치료비 30만원도 지불하는 등 보상에 최선을 다했지만 피해자 가족이 가게에 찾아와 욕설을 하며 보상금 1억을 요구했다”고 댓글에 적었습니다.

사건을 전한 A씨의 인터넷 커뮤니티 글에 단 미용사 B씨의 댓글. B씨는 A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피해자 측이 보상금 1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네이트판 댓글 캡처

사건을 전한 A씨의 인터넷 커뮤니티 글에 단 미용사 B씨의 댓글. B씨는 A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피해자 측이 보상금 1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네이트판 댓글 캡처


하지만 A씨는 B씨의 댓글이 거짓이라는 입장입니다. ‘보상금 1억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억만금을 줘도 합의할 수 없다’고 말한 게 어떻게 보상금 1억을 요구한 게 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망고가 심한 미용 거부 반응을 보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A씨는 “망고는 미용을 받을 때 심한 거부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사고 직전 불안해하는 A씨에게 B씨는 “망고가 미용을 잘 받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B씨를 향해 “멀쩡한 강아지를 ‘미용 거부견’으로 만들었다”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B씨의 댓글 중 맞는 말이 있다면 사고 다음날 CCTV를 카카오톡으로 요구했을 때 ‘죄송하다’는 답을 보냈다는 대목뿐”이라며 “당일에는 사과 요청을 무시하던 사람이 달랑 문자 하나로 죄송하다고 하면 진정성을 느끼겠느냐”고 주장했습니다.

미용실 사고 위험성 줄일 방법은 없나

A씨는 현재 B씨를 동물보호법 및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다만 A씨에 따르면 경찰은 “CCTV 등 증거가 부족해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수사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A씨는 그럼에도 “다시는 망고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적 책임을 꼭 묻겠다”고 말했습니다.

B씨의 행동이 고의로 한 것인지 과실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미용실은 이 같은 사고의 발생 위험성이 높은 곳이라는 점입니다. 가위와 같은 위험한 도구에 반려견이 상해를 입을 수도, 미용실이나 미용사를 두려워한 반려견에 의해 교상 사고도 일어날 수 있죠.

미용 도중 반려견이 받는 공포, 불안,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국내 미용업계에서 이같은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미용 도중 반려견이 받는 공포, 불안,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국내 미용업계에서 이같은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사고를 예방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반려동물 관련 교육기관 ‘피어 프리’는 미용실에서 겪는 반려견의 ‘공포’, ‘불안’, ‘스트레스’(Fear, Anxiety, Stress ? FAS)를 해소해 안전한 미용실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FAS를 해소하려면 반려견의 상태에 대해 보호자와 미용사가 충분히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반려견의 상태에 맞게 미용을 해야 합니다. 또한 빠르게 미용을 마치려 하기보다 반려견이 안정감을 갖도록 친해지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미용을 진행할 때도 싫어하는 자극에 대해 간식으로 보상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러나 대부분의 미용실에서는 아직 이런 개념이 생소합니다. 동그람이가 8월 진행한 기획물 ‘멍냥 공포특집 : 내가 아직도 행복해 보이니?’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용실에서 반려견이 좋아하는 간식을 먹이며 미용을 진행한다’는 보호자는 응답자 1,736명 중 16.9%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B씨의 잘못을 가려내는 일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용업계 차원의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망고와 같은 피해를 입는 반려견이 다시 나오지 않는 것이니까요.

2. 실험견은 ‘출처불명’, 개선명령은 1위… 대학 실험동물 ‘수난’

지난해 서울대 수의학과 이병천 교수팀의 복제 실험에 동원됐다 목숨을 잃은 개 '메이'의 생전 모습. 대학기관은 실험동물의 관리 및 동물실험 윤리 측면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서울대 수의학과 이병천 교수팀의 복제 실험에 동원됐다 목숨을 잃은 개 '메이'의 생전 모습. 대학기관은 실험동물의 관리 및 동물실험 윤리 측면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인스타그램 캡처


대학들이 상당히 많은 수의 동물을 실험에 동원하면서도, 실험 동물을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경북대에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동물실험 통계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실험에 동원된 실험동물은 371만 마리였습니다. 이는 2018년(372만 마리)에 비해 소폭 줄어들었지만, 2010년(132만 마리), 2014년(241만 마리)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동물실험 원칙으로 알려진 3R 중 ‘실험동물 감소’(Reduction)를 지키지 않는 것입니다. 동물실험 3R 원칙은 동물보호법 23조에도 명시된 규정입니다.

동물을 가장 많이 실험에 동원한 기관은 174만 마리를 동원한 ‘일반 기업체’였습니다. 그리고 120만 마리를 동원한 대학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문제는 국내에서 실험동물을 두 번째로 많이 동원하는 기관이 실험동물 관리를 허술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경북대 수의학과 실습에 동원된 개들 중 난소종양, 유선종양, 폐종양 등을 앓다 세상을 떠난 '건강이'. 경북대는 지난해 실습에 동원한 개들을 식용견 시장에서 구입한 게 적발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지난해 경북대 수의학과 실습에 동원된 개들 중 난소종양, 유선종양, 폐종양 등을 앓다 세상을 떠난 '건강이'. 경북대는 지난해 실습에 동원한 개들을 식용견 시장에서 구입한 게 적발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대표적인 관리 소홀의 예가 바로 실험동물의 출처입니다. 경북대는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470마리의 실험동물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중 211마리(44.9%)는 실험동물 공급 시설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들이었습니다.

이 같은 관리 부실로 대학기관은 지난 3년간 동물실험윤리위원회로부터 26건의 개선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는 일반 기업체(20건), 의료기관(3회)보다 많은 숫자입니다. 자료를 공개한 이 의원은 “전국의 수의과대학을 포함한 교육기관은 학생들이 윤리적인 환경에서 동물을 다룰 수 있도록 생명윤리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 의원은 곧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유기견, 길고양이 등을 실험에 동원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습니다.

3. 제주도지사 “제주동물테마파크 재검토하겠다”

코끼리 등 야생동물을 전시할 계획으로 추진되던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에 대해 제주도지사가 재검토 입장을 내놓았다. 픽사베이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코끼리 등 야생동물을 전시할 계획으로 추진되던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에 대해 제주도지사가 재검토 입장을 내놓았다. 픽사베이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제주지역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에 대해 제주도지사가 직접 입장을 밝혔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주도 국정감사에서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을 근본적으로 검토해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제주 조천읍 선흘2리에 조성이 계획된 사업입니다. 당초 말 산업 육성을 위한 테마파크로 기획됐지만 사업자가 변경된 뒤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사파리’로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이후 지역 주민들이 환경 파괴 등을 우려해 반발했고, 동물보호단체들 역시 반입 예정된 동물들의 서식 환경과 제주도의 환경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 철회를 요구해왔죠. 선흘2리 주민들 사이에서도 사업 절차와 관련해 찬성 측과 반대 측이 갈라져 논란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제주도 조천읍 선흘2리의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예정부지(왼쪽). 사업 진행이 공론화되면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연합뉴스

제주도 조천읍 선흘2리의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예정부지(왼쪽). 사업 진행이 공론화되면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연합뉴스


갈등이 빚어지는 동안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해 원 지사와 제주도청은 침묵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입니다. 원 지사는 “제주동물테마파크는 기본적으로 맹수를 들여오는 사업”이라며 “제주의 청정한 자연환경과 공존의 가치에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제주동물테마파크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죠.

원 지사의 입장은 국정감사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국정감사 하루 뒤인 21일, 원 지사는 제주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입장을 중대발표 형식으로 대내외에 명확히 알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원 지사가 언급한 '대규모 개발사업'에도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등과 함께 포함됐습니다.

원 지사는 ‘중대발표’ 시점을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수년간 갈등을 빚어왔던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이 중대 기로에 선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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