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 등의 여파로 위험수위까지 치솟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달 들어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거래가 줄어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감소한 데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옥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주담대ㆍ신용대출 증가세 모두 꺾여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22일 기준 654조4,936억원으로 9월 말(648조8,909억원)보다 4조6,027억원 늘었다. 이번 달에 아직 5영업일이 남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9월 증가폭(6조5,757억원)보다 30%나 줄었고, 사상 최대 증가세를 보였던 8월(8조4,098억원)과 비교하면 45% 감소한 수치다.
우선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9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달 4조4,419억원 늘었던 주담대는 이달 들어 2조7,592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신용대출 역시 증가세가 꺾였다. 이달 신용대출 증가액은 1조6,401억원으로 9월 증가액(2조1,121억원)보다 22% 줄었고, 8월(4조705억원)과 비교하면 60%나 급감했다. 남은 영업일을 고려해도 은행권이 최근 금감원에 보고한 월별 상한액 기준 2조원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역대급 증가세’를 보였던 지난 8월과 비교할 때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월별 증가액은 지난 8월 11조7,000억원으로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9월 증가폭(9조6,000억원)도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신용대출 본격 관리"... 당국 '엄포' 통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주춤한 것은 주택거래 감소와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총량 관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주택 시장 관망세로 거래가 뜸해지면서 주담대를 받으려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매매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올해 6월 1만5,603건에서 7월 1만644건 8월 4,983건 9월 3,679건으로 뚝뚝 떨어지더니, 이달엔 이날 기준 6월의 10% 수준인 1,148건으로 급감했다.
신용대출 감소는 정부의 개입이 큰 변수로 작용했다. 8월 이후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을 ‘부동산ㆍ주식시장 교란 주범’으로 꼽으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자 규제가 심해지기 전에 발 빠르게 대출을 끌어 쓴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신용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 이달 들어 각 은행은 속도조절을 위해 고소득 전문직의 소득대비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의 2배 이내로 묶거나, 우대금리를 0.1~0.4%포인트 가량 줄이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금리를 올렸다.
은행들의 이 같은 ‘대출 조이기’는 연말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22일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CFO)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들어 신용대출과 대기업 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정책대출과 금융지원이 이뤄지면서 여신 성장률이 계획을 웃돌았다”며 “3분기부터 수익성, 건전성 관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4분기 여신은 9월말과 비교해 소폭 증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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