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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에 나서는 이재용 부회장…'사법 리스크' 난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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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에 나서는 이재용 부회장…'사법 리스크' 난제 산적

입력
2020.10.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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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경영권 불법 승계 등 10월만 2개 재판
사법리스크에 따라 총수 부재, 경영 불확실성
재계 "장기적 투자 위해선 총수 역할 절대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 23일 오전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 부사장과 서울 강서구 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년만에 베트남을 찾아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한 뒤 스마트폰, TV,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 23일 오전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 부사장과 서울 강서구 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년만에 베트남을 찾아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한 뒤 스마트폰, TV,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뉴스1

'뉴 삼성전자'를 끌고 갈 이재용 부회장에게 '사법리스크'는 최대 걸림돌이다. 중요한 상황에서 재판 등에 따른 총수 부재로 빚게 될 경영 차질의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당장 이 부회장은 이달 말부터 법정 공방의 중심에 서야 될 처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26일을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의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로 지정했다. 지난 1월 공판을 끝으로 중단된 지 약 9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둘러싼 재판도 22일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10월에만 2개의 재판을 받게 됐다.

이 부회장은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에는 사실상 총수 역할을 대신해 왔고,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총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지난 4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 연루된 상황이다. 그동안 검찰에 10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만 3번 받았다. 80차례 이상 열린 재판 중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한 재판만 70여차례에 달한다. 2017년 8월 국정농단 재판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구속된 이 부회장은 다음해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면서 353일간 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그룹 안팎에서 이 부회장 관련 사법리스크가 삼성전자 경영 행보에 발목을 잡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그 동안 폭 넓게 확보한 글로벌 인맥을 통해 굵직한 사업수주나 인수합병(&A)을 성사시켰다.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나 사업구조 개편 등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주요 결정은 단기 실적에 민감한 전문 경영인이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미국 그래픽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영국의 반도체 설계 회사인 암(ARM)을 400억달러(약 45조원)에 인수하고,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업 부문을 10조3000억원에 가져오는 등 경쟁사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에게 이 부회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이 부회장은 GM, 골드만삭스, 코카콜라 등 미국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의 비공개 정보 교류 모임인 '비즈니스카운슬'의 회원이다. 매년 7월 미국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거물들의 모임인 '선밸리 미디어 콘퍼런스'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최고 부자인 인도의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의 장남 결혼식에도 참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이 부회장은 글로벌 현장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8일 네덜란드로 출국한 이 부회장은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본사에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논의했다. 네덜란드 출장에서 돌아온 지 닷새 만인 19일에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생산 기지인 베트남으로 떠나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났다.

실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로 이 부회장이 구속된 기간 동안 삼성의 투자 시계는 멈췄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6개월 후인 2018년 8월에서야 재개됐다. 삼성전자는 당시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등 4대 성장사업에 25조원을 비롯해 3년간 180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또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며 총 133조원의 투자 방안을 내놓고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놓았다.

재계 관계자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도 총수가 새로운 사업 방향을 제시하고 관련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다"며 "ICT 업계가 빠르게 변화되는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은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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