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불교 백서’ 펴낸 법타 스님
“종교 자유를 반(反)종교 선전의 자유로 막아 실질적 종교 활동을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게 북한입니다. 기독교 같은 경우 6ㆍ25전쟁 뒤 미제 앞잡이니 스파이니 하며 씨를 말렸습니다. 하지만 불교에는 태도가 달랐어요. ‘애국 종교’라고 부르지요.”
30여년간 ‘통일 운동’을 벌여 온 법타(法陀) 스님(74)에게 불교는 갈수록 드물어지는 남북 간 매개 수단 중 하나다.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불교가 얼마나 유망한 남북 통일의 마중물인지를 역설했다. “사회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종교 통합인데 남북 모두 거부감이 없는 종교가 불교입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북한도 높이 평가해요. 북한과 소통하기에 가장 좋은 분야죠.”
최근 부제가 ‘조선불교도연맹을 해부하다’인 저서 ‘북한불교 백서’를 스님이 펴낸 것도 생애를 바친 통일 운동의 일환이다. “개인적으로 유언이자 유서라 여기고 북한 불교의 중핵인 ‘조선불교도연맹’의 역사적 뿌리부터 생성 과정, 현재 상황까지를 정리했다”고 그는 밝혔다. 설명처럼 책은 조선불교도연맹 관련 정보와 지식이 망라된 사전(辭典)이다. 신앙 활동이 집단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뤄지는 북한 불교를 이해하려면 유일한 종단이자 종무 기관인 조선불교도연맹을 들여다보는 게 필수다.
책은 북한 종교 전반의 역사와 정책 변화, 단체 현황 등을 먼저 살핀 뒤 한국 불교의 항일 투쟁, 해방 공간에서의 사회주의 계열 승려들의 활동상을 소개하고 이어 조선불교도연맹의 역사와 조직, 주요 인물 등 북한 불교의 현주소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남북 불교 교류ㆍ협력과 북한 불교의 지속가능성도 책의 평가 대상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였던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의 사찰 방문 기록은 그의 저서에서만 볼 수 있는 연구 성과다. 1991년 방북 당시 스님은 평양 조선중앙역사박물관 벽에 붙어 있는 두 사람의 역사 유적 현지 지도 현황 도판을 촬영했고 이를 분석했다. 책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1945년 해방 직후부터 1994년 사망 전까지 126회 역사유적 현지 지도를 했는데 그 중 50회가 사찰 방문이었다. 1946~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찾은 역사유적 72곳 중에는 34곳이 사찰이었다. 스님은 “북한이 수령의 현지 지도로 역사유적지 보존을 강조한 것은 그게 사회주의적 애국주의, 즉 민족성을 고취하는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라며 “종교의 소멸을 꾀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역사유적으로서 사찰의 중요성이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일성 주석은 불교를 아낀 것 같다는 게 법타 스님의 판단이다. 그가 유난히 많이 간 사찰은 묘향산 보현사다. 사찰 방문 50회 중 17회가 이 절을 찾은 것이었다. “김 주석의 특각(별장)이 보현사 옆에 있었어요. 94년 7월 8일 사망한 곳도 그 특각이었죠. 보현사 주지 스님이 워낙 한학에 밝고 큰 스님이라 김 주석이 대화를 많이 했다더라고요. 집안은 기독교였지만 김 주석 자신은 전통을 상당히 생각한 사람이라고 이해하고 있어요.”
법타 스님은 남북 분단 이후 승려로는 처음 북한을 방문한 남북 교류의 산 증인이다. 1989년 평양 축전에 참가한 뒤 지금껏 100여차례 평양과 개성, 금강산, 묘향산 등에 있는 지역 사찰을 찾아 북한 불교계와의 대화 통로를 열었다. 백서에 쓴 자료들은 그 과정에서 수집됐다.
스님이 북한 연구를 시작하고 지속한 건 모두 사명감에서다. “조국 통일에 대해서는 기독교만큼 불교계가 관심이 크지 않았어요. 저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어려움이 많았다. ‘빨갱이’라는 오해를 사기 일쑤였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곡예사 같았어요. 줄에서 떨어지면 교도소행이었죠. 하지만 길을 열어두면 동료나 후배들의 부담이 줄어들 거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최근 남북관계 경색이 누구보다 안타깝다. 1992년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를 창립한 뒤 ‘밥이 통일이다’를 기치로 대북 지원 사업에 투신한 그는 1997년 북한 황해남도에 ‘금강국수’ 공장을, 2006년에는 평양에 ‘금강빵’ 공장을 세웠다. 그러나 남북 교류를 전면 중단시킨 이명박 정부 당시 5ㆍ24 조치 이후 시설 존폐 여부도 모른다. 요즘 매진하는 일은 ‘탈북민과 인연 짓기’다. 탈북민과 우리 국민 사이에 양부모ㆍ자식이나 형제ㆍ자매 관계를 맺어주는 사업이다. “다문화 가정에는 지금 정부가 신경을 많이 쓰는데, 상대적으로 탈북자들은 소외돼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정책적 지원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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