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더 빨리 일하세요"…UPH 방송 압박에 쉴 틈 없는 택배노동자

알림

"더 빨리 일하세요"…UPH 방송 압박에 쉴 틈 없는 택배노동자

입력
2020.10.28 04:30
10면
0 0

쿠팡 'UPH' 실시간 측정 "속도 압박 커"
수시로 전체 방송.…"노래 한 곡 다 못 들어"
국감서 '인권침해' '직장내괴롭힘' 지적도

지난 12일 쿠팡 경북 칠곡 물류창고에서 근무한 뒤 집에서 갑작스럽게 숨진 장모(27)씨 어머니가 지난 26일 고용노동부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들과 면담을 갖고 아들의 근무일지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2일 쿠팡 경북 칠곡 물류창고에서 근무한 뒤 집에서 갑작스럽게 숨진 장모(27)씨 어머니가 지난 26일 고용노동부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들과 면담을 갖고 아들의 근무일지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씨 조금 더 빨리 집품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씨 중간에 작업 중단을 임의적으로 하지 말아주세요' 이런 전체 방송을 끊임없이 해요. 누군가 바코드를 찍고 있지 않다, 속도가 좀 느리다, 그러면 방송이 나오는 거죠."

수도권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김진영(가명ㆍ29)씨는 27일 쿠팡의 작업 환경을 "인간적이지 않다"고 정의했다. 쿠팡 물류센터 경험자들은 무엇보다 근무 내내 'UPH(시간당 생산량)' 유지를 위한 압박이 지나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2일 쿠팡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장모(27)씨의 과로사 의혹이 제기되면서, 쿠팡의 과도한 노동 강도의 주범인 UPH를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UPH는 성과 관리 시스템의 일종으로, 경영학 용어다. 쿠팡 물류센터를 예로 들면, 물품을 진열하는 업무를 맡은 담당자는 지급받은 PDA로 물품마다 바코드를 찍으면서 진열해야하며,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개인의 업무 속도가 전산에 기록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쿠팡 물류센터 관리자들이 이 UPH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일정 기준에 미달된 특정 근로자를 전체 방송을 통해 호명하며 업무 속도를 높여달라고 재촉한다는 것이다. 당사자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진영씨는 "방송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작업장에 틀어 놓은 노래 한 곡을 온전히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쿠팡은 일이 많아지면, 사람을 많이 투입하기보다 사람이 빨리 움직이게 압박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UPH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다 보니 1분, 1초도 쉬기 힘들다고 물류센터 근무자들은 말한다. '로켓배송' '새벽배송'과 직결된 물류센터 특성상 심야 노동 시간이 많다 보니 근로자의 건강에 더 위협적으로 작용한다. 수도권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포장 업무를 담당하는 계약직 사원 강혜은(가명·48)씨는 "오후 5시에 가서 새벽 2시까지 8시간 일하는데, 중간에 식사 시간 1시간 빼고는 내내 서서 일한다"며 "별다른 휴식 공간이 없는데다 방송으로 이름을 불러대고, '빨간 조끼'를 입은 관리자들이 계속 빨리하라고 소리지르는 통에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및 경북 칠곡 물류센터 사망자의 유가족들이 '쿠팡 규탄 및 유가족 면담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및 경북 칠곡 물류센터 사망자의 유가족들이 '쿠팡 규탄 및 유가족 면담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도 쿠팡의 UPH 활용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윤준병,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UPH에 대해 '인권침해' 여지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 측은 그러나 "UPH는 쿠팡뿐 아니라 제조, 물류, 등 많은 기업이 사용하는 보편적인 방식"이라며 "UPH에 따른 인사 불이익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칠곡 물류센터의 사망자 역시 "포장 지원 업무로, UPH 적용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UPH와 관련해 "성과 관리 자체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저성과자에 대해 반복적으로 폭언, 모욕감을 준다면 문제가 될 여지가 있어,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물량이 급증한 쿠팡, 마켓컬리 등에 대해 첫 근로감독을 진행 중이다.





송옥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