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조장희씨 적응장애 산재신청 승인
과거 삼성에버랜드 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 년간 사측의 탄압을 받았던 노동자의 정신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노조 와해를 위한 사측의 감시, 위력행사 및 부당해고가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27일 근로복지공단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조장희 금속노조 경기본부 삼성지회(옛 삼성에버랜드 노조) 부지회장의 적응장애 상병의 산재신청에 대해 승인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신청인의 경우 직장내의 노동조합 설립과정에서 발생된 회사의 탄압과 부당해고 등으로 인한 오랜 쟁송과정에서 다양한 스트레스성 사건의 경험과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 된다”며 “적응장애와 업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심의위원들의 일관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 노조는 2011년 7월 사업장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 삼성에 설립된 사실상 첫 노조다. 이전에도 노조가 있긴 했지만, 이는 삼성 창업자인 고 이병희 선대회장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사측이 조직한 ‘어용노조’였기 때문이다.
노조 설립에 앞장섰던 조 부지회장은 회사의 노조 와해 공작에 따라 탄압을 받았다. 사측은 그를 문제 인물로 간주하고 감시하거나 불법 미행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그가 대포차를 운행했다는 점을 직접 경찰에 신고한 뒤 이를 근거로 그를 해고했다. 노조설립 6일 만이었다.
조 부지회장은 “노조 설립을 이유로 부당해고 당했다”며 그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듬해인 2012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폭로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실제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제작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법원은 2016년 삼성의 해고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했다. 문건에는 “(삼성의) 19개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될 경우 모든 역량을 투입해 조기 와해에 주력하고, 노조가 있는 8개사에 대해선 기존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근거로 해산을 추진하라”는 등의 노조와해 지침이 담겨있다.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조 부지회장은 2017년 3월 복직했지만 이후에도 사측의 적대적인 태도와 무노조 경영방침 고수로 상병휴직을 하는 등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건을 담당한 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의 권동희 노무사는 “조 부지회장은 2011년 7월 18일부터 회사의 부당감사ㆍ징계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이후에도 회사는 각종 고소고발 등 적대적 가해행위를 지속했다”라며 “그의 적응장애는 회사의 노조말살행위가 낳은 결과로 삼성은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노조 와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생전의 대표적인 과오로 꼽힌다. 지난 25일 이 회장이 별세하자 노동계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세계적인 기업 삼성이 빛을 내는 데 있어서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 노동자 탄압은 짙은 그늘"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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