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한 여야의 '마지막 결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늦어도 11월까지 공수처장을 뽑아 문재인 정부의 '공수처 숙원'을 실현하겠고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청법·국정원법 개정안 등 권력기관 개혁 법안을 국회가 입법으로 결실을 맺어주시길 바란다”며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국민의 여망이 담긴 공수처 출범 지연도 이제 끝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공수처 관련 언급은 단 한 문장 분량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끝내기'를 요청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국민의힘이 라임·옵티머스 특검과 공수처 출범을 놓고 막판 협상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공수처 출범으로 직진하라는 지침을 더불어민주당에 내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민주당은 즉각 가속 페달을 밟았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늦어도 무조건 11월까지 공수처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도 마치고,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해 모든 절차를 끝내야 한다”고 시한을 제시했다. 이낙연 대표도 27일 당 의원총회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첫 번째 개혁 과제로 공수처 출범을 꼽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협조를 더 이상 기대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장 추천을 위해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7인 중 6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국민의힘은 강성 보수 성향의 임정혁 변호사와 이헌 변호사를 야당 몫 추천위원으로 추천했다. 두 사람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인선은 한 발도 뗄 수 없다.
민주당은 야당 추천위원들이 ‘지연 전술'을 시도하면, 아예 공수처법을 개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회 의석 300석 중 174석을 차지한 ‘수의 힘’으로 공수처법을 고쳐 국민의힘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권을 박탈하겠다는 강수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국민의힘이 공수처 출범에 순순히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수처법 개정 이후 여권의 공수처장 단독 선출 수순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11월 안에 결판이 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야당과의 협상 가능성도 차단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 공수처 협조를 조건으로 라임ㆍ옵티머스 특검을 내건 데 대해 “공수처 출범과 관련해 어떠한 협상이나 딜도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통상 1, 2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특검 도입을 논의하느라 공수처 출범을 또 다시 지연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공수처 출범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올해 말이 '검찰개혁’ 숙원을 달성할 마지막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내년 초가 되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국회에서 개혁 과제를 통과시키기 힘들어 진다”며 “공수처와 함께 공정경제3법, 한국판 뉴딜 관련법을 연말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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