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사람과 가축 감염병, 재해 재난 극복을 위해 남과 북이 생명·안전공동체로 공존의 길을 찾길 소망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장기간의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에다 남북 대화마저 단절된 상황에서 방역과 재해 대책 협력을 매개로 대화 재개를 모색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이는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중국ㆍ일본ㆍ몽골에 제안한 '동북아시아 방역ㆍ보건협력체'와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언급은 원론적 수준에 그치고 비중도 높지 않았다. 미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대외 정세가 불확실한데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으로 남북 관계 개선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난 3년 반의 시간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하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바꿔나가는 도전의 시간이었다"며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다시 대화가 중단됐다"고 남북 관계가 처한 현실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한반도 평화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라며 "우리 앞에 놓인 장벽들을 하나하나 뛰어넘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평화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강한 안보가 평화의 기반이 된다는 것은 변함없는 정부의 철학"이라고도 재확인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도 짤막하게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최근 서해에서의 우리 국민 사망으로 국민들의 걱정이 크실 것"이라면서 "투명하게 사실을 밝히고 정부의 책임을 다할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평화 체제의 절실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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