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보이콧을 검토하다 물러섰다. 28일 국회 본회의장 야당 자리에 앉아 문 대통령의 연설을 끝까지 들었다. 국민의힘이 생각을 바꾼 데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설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 인사들에 따르면, 박 의장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면담에서 2013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 방문 장면을 거론했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였다.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은 항의의 의미로 박 전 대통령이 퇴장할 때 일어나지 않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열렬하게 기립 박수를 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과 달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대부분은 자리에 앉아 정면을 응시했다. 박 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당시 국회부의장이었던 박병석 의장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은 당 소속 조경태 의원과 사실상의 '나홀로 기립'이었다.
박 의장은 국민의힘 인사들에게 당시 상황을 풀어 놓으면서 이런 취지로 당부했다고 한다.
“당시 나도 당의 방침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기립한 건 의회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국회의 일원이자 국회부의장으로서 국가 정상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국민의힘도 야당의 품격을 발휘해 문 대통령과 여당을 예우해 달라. 특검 관철을 이유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거부한 전례도 없었다는 점도 감안하면 좋겠다.”
박 의장까지 중재에 나선 끝에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지만, 분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청와대 경호처의 수색을 받은 것에 거세게 항의했고,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을 언급하는 대목에서선 고성이 쏟아졌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검정 마스크를 쓴 채 "나라가 왜 이래!"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피켓을 든 국민의힘 의원들을 지나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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