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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탕 국감 속 반짝' 류호정, 송곳 질의 거친 곳마다 약자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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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탕 국감 속 반짝' 류호정, 송곳 질의 거친 곳마다 약자가 웃었다

입력
2020.10.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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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오른쪽) 정의당 의원이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스1

류호정(오른쪽) 정의당 의원이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스1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추미애'로 시작해 '윤석열’로 끝날 듯하다. 밥값 제대로 한 국회의원은 많지 않았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 빛났다.

28세, 정치 신인, 초선, 그리고 21대 총선 공천 당시 '대리 게임' 경력 의혹. 류 의원은 그의 자질을 의심하는 모든 시선을 준비와 실력으로 물리쳤다. 보좌진이 써 준 질문지 읽어내리기 바쁜, 피감기관장에게 호통부터 치는, '정책' 아닌 '정치'만 관심인 여느 의원들과 달랐다.

류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이다. 거대 양당도 껄끄러워하는 삼성을 정조준 했고, 정부와 대기업의 무책임으로 스러진 노동자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그의 질문은 매일 화제가 됐다. 때론 영리한 퍼포먼스도 할 줄 알았다. 그렇게 일 할 줄 아는 의원 단 한 명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류 의원은 2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가진 것이 더 적은 이들의 편에 서야 한다는 신념으로 국감에 임했다”고 했다.


‘팩트폭격’에 삼성ㆍ공영홈쇼핑도 사과


'맹탕 국감'이라고 불린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 중 화제 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질의. 한국일보

'맹탕 국감'이라고 불린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 중 화제 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질의. 한국일보


“지금 말장난하지 마시고요. 그게 기술 탈취가 아니면 뭡니까.”

이달 8일 류 의원은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을 파고들었다. 이종민 삼성전자 상무가 이리저리 피하자, 중소기업 피해자의 녹취 증언을 틀었다. '물증' 앞에선 삼성도 버틸 수 없었다. 이 상무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삼성전자는 피해 기업과 보상합의에 착수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도 기술 탈취 문제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류 의원이 증인으로 신청한 건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이었다. 국감 10분 전에 주 부사장의 출석이 돌연 취소됐다. 대기업이 대관 담당 직원을 앞세워 임원의 국감 출석을 필사적으로 막고, 의원들이 눈 감아 주는 건 여의도의 오랜 관행이다. 류 의원은 그 관행에 젖어들길 거부했다.

삼성과 국회의 '밀착'을 캐다 삼성전자 대관 임원이 출입기자증을 도용해 국회를 드나든 사실을 캐냈다. "정치가, 기업이 다 그런 거지"라며 아무도 관심 두지 않던 문제였다. 삼성전자는 즉각 사과했고, 국회는 삼성전자와 해당 임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 후 공영홈쇼핑은 홈페이지에 이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공영홈쇼핑 홈페이지 캡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 후 공영홈쇼핑은 홈페이지에 이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공영홈쇼핑 홈페이지 캡처.


류 의원은 19일 공영홈쇼핑 부정 채용을 문제 삼았다. 경력 20년이 필요한 마케팅본부장에 경력을 채우지 못한 지원자가 채용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는 류 의원의 질문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43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류 의원을 “어이!"라고 불렀다. 류 의원은 기 죽지 않았다. 공영홈쇼핑은 부정 채용을 사과했고, 최 대표의 무례한 발언도 사과했다.



현장 작업복 입고 노동문제 천착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류호정 의원실 제공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류호정 의원실 제공


“이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가 사장님과 일대일로 대등하게 대화 나누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입었습니다.”

류 의원은 15일 두 노동자의 현장 작업복을 입고 나왔다. 고압 전류 감전 위험에 노출된 한국전력 배전노동자의 작업복과 한국서부발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2018년 숨진 김용균씨의 작업복이었다. 의원이 아닌 '하청 노동자'로서 질문하기 위해서였다.

“과태료 내면 그만이라고 하고, 노동자들 안전을 엉망진창으로 관리하는 이런 업체랑 도대체 왜 이리 계약을 길게 하셨습니까!" 질문하다 류 의원은 한 동안 울먹였다.

쿠팡 물류센터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이후에도 작업복ㆍ작업화 돌려 입기가 만연한 현실을 류 의원은 지적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자회사인 지역난방플러스의 경비 노동자, 한국전력 배전노동자 등이 견디는 노동환경 개선도 요구했다. “현장 사고에는 일정부분 회사의 책임이 있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는 답을 이끌어냈다.

류 의원은 29일 “모든 상임위에는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며 “노동 문제는 환경노동위에서만 질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산자중기위에선 노동자의 관점에서 산업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류호정의 '패기'는 계속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위해 본청으로 들어서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보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위해 본청으로 들어서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보고 있다. 뉴시스


“김용균 노동자를 기억하십니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잊지 말아주십시오!”

국감이 끝난 뒤에도 류 의원의 외침은 계속됐다. 류 의원은 28일 정부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김용균씨의 작업복을 입고 맞이했다. 국감에서 류 의원이 강조한 '일하다 죽지 않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정부도 애써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다 류 의원과 눈이 마주친 문 대통령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류 의원의 국감은 계속된다. 국감장에서 들은 답변이 현장에서 이행되는지를 끝까지 확인할 작정이다. 류 의원은 “매년 국감 때마다 피감기관장들은 ‘지적해주신 내용을 고치겠다’고 했지만, 말 뿐이었다”며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재하청 노동자 등의 노동환경 개선 등에 대한 진척 상황을 끝까지 챙겨 이번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조소진 기자
양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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