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02년 장쩌민 주석 이후 14년 만에 중국 최고지도자로서 이란을 공식 방문했다. 시진핑 주석의 이란 방문은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 핵합의(JCPOA)로 인해 이란과의 경제협력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성사되었다. 중국은 일대일로의 축으로 유라시아 해상 교역의 길목에 위치한 이란의 지정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이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며 한국과 이란 간 경제협력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러나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고, 경제제재 복원을 선언하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이란과의 다양한 협력 계획은 대폭 수정되어야만 했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방문 이래로 현재까지 이란과의 다각적인 협력을 지속해 왔다. 특히 2018년 6월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칭다오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였고, 시진핑 주석과 재차 만남의 기회를 가졌다.
요즈음 중국과 이란 간의 우호 관계는 더욱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10월 1일은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인민공화국 수립을 기리는 건국절이다. 올해 국경일을 맞이하여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축하의 글을 남겼다. 중국의 건국 71주년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는 물론이고 중국과 이란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대해 나가자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10월 10일 자리프 외무장관은 윈난성 텅충에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 부장과 만남을 가졌다.
양국 외교 책임자 간 회동에서는 외교 관계 수립 50주년을 맞아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안이 핵심 안건으로 포함됐다. 아직 협정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정부가 석유 자원을 25년 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대가로 중국이 4,0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여기에 양국 간의 군사안보 분야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은 가능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협정을 체결하고자 서두르는 것 같다. 6월 21일 로하니 대통령이 주재하는 이란 국무회의에서 협약의 초안이 이미 승인되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외무장관에게 최종 협정이 원활히 타결될 수 있도록 중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이란 간에 협의 중인 새로운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과 이란이 25년 장기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게 된다면, 이는 중동 지역의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였다. 따라서 오늘날 미국-이란 관계는 중국-이란 관계와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이란과의 재래식 무기 거래를 금지하는 유엔 제재가 공식 해제되었다. 미국 정부는 이란 제재 시한 연장안을 끝까지 고수했지만 다른 유엔 회원국의 반대로 거부되었다. 이란 외무부는 유엔 제재가 해제되자 드디어 무기 이전 및 관련 활동에 대한 제약이 종료되었음을 선포했다. 이번 조치로 사실상 유엔 차원에서 이란의 재래식 무기 수입을 금지할 근거는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미국은 유엔과는 별도로 이란에 대한 독자적 제재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소위 이란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10월 26일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란 석유부, 국영석유사, 국영유조선사를 새롭게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들 단체가 이란혁명수비대의 최정예 부대인 쿠드스 군을 지원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이 이란을 옹호하는 가운데 미국의 이란에 대한 공세적 외교노선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을 둘러싸고 보이는 미중 간 180도 다른 접근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아마도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데 주요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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