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하쿠나라이브'에서 한 호스트가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미성년자가 다수 이용한 이 방송의 호스트는 후원금액에 따라 성적 농담을 약속으로 걸어뒀다. 하쿠나라이브 캡처
11세 미성년자가 온라인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앱)에서 9일 만에 약 1억원을 결제해 논란이 일면서 미성년자들의 앱 사용 실태에 관심이 주목된다. 이용자들에 따르면 성인들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온라인 그루밍'에 가까운 성착취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초등생에 10일간 1억3000만원 결제 유도…'도 넘은 BJ앱')
스트리밍 서비스 앱 '하쿠나라이브(하쿠나)'의 경우, 14세 이상 가입자라면 별다른 제약 없이 방송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개인 방송 플랫폼이다. 호스트가 실시간 동영상으로 방송을 하면, 시청자가 댓글로 호응하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 '공익성' 등의 내용 규제를 받는 일반 방송과 달리, 인터넷 개인 방송의 내용을 규제하는 법안은 없다.
문제는 성인 호스트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친밀감을 형성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앱에서는 호스트들이 돈을 많이 낸 시청자를 '회장님'이라며 떠받들어 주거나, 애인으로 대하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이들에게 성적 농담들을 건네는 모습이 포착된다. 앱 자체적으로 나이를 공개하진 않지만, 방송방에 입장할 때 나이를 말하는 게 관례라 호스트와 시청자 모두 상대의 연령대를 인지한 채 대화가 오간다.
일부 호스트들은 미성년자 시청자들의 휴대폰 번호 등을 알아내어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거나, 소수만 초대되는 '프라이빗방'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라이빗방은 비밀번호를 건 채 방송을 주고 받는 기능이다.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는 어른들에 대해 경계를 하지 않고, 심리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이 범죄 피해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프라이빗방에서 호스트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착취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 호스트가 "3일간 노예를 하면 아이템을 주겠다"며 미성년자 2명을프라이빗방에 초대하고 신체부위 촬영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앱 사용자 A씨는 "지난달 앱을 통해 알게된 지인 2명이 너무 무섭다며 이같은 이야기를 전해왔다"며 "지인이 거부하자 BJ가 욕설을 하며 '다시는 앱에 발을 못 들이게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쿠나라이브 측은 "해당 건에 대한 고객신고를 접수한 후 호스트의 계정을 정지했다"며 "이용자의 유해행위 방지를 위해 모니터링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부적절한 관계 맺기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계 당국의 적극적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창원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규제 사각지대인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환경에서 보다 적극적인 내용 규제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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