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송민규(21·포항)에게 최고의 한 해다. 올 시즌 22세 이하 선수 중 유일하게 공격포인트 10위 안에 들더니, 생애 처음으로 가슴에 태극마크까지 달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프로 3년차 송민규를 스타 반열에 올린 건 무엇이었을까. 그는 자신의 성장 비결이라며 낡은 스톱워치 하나를 꺼내들었다.
송민규는 지난달 2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즌 전 김기동(49) 감독님이 직접 쓰시던 스톱워치를 하나 주면서 뛸 때마다 시간을 재고, 목표치 안에 들어올 수 있게 하라고 하셨다"며 "이 스톱워치를 '유럽 갈 때 돌려달라'고 하셔서 아직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 이 스톱워치를 전하며 송민규에게 특별 과제를 내준 것이었다. 송민규는 지난 시즌 후반부턴 1군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27경기 동안 2골 3도움을 올리는 등 성장세가 뚜렷했지만, 풀타임을 여유있게 소화하거나 폭발력있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송민규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경기를 뛰면서 전후반을 모두 소화할 체력이나 득점력이 부족해 아쉬웠다"며 "이 부분을 키워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송민규가 꺼내 든 스톱워치는 그간의 연습량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손때가 잔뜩 묻어 있었고 배터리도 모두 소모된 상태였다.
몸집도 3㎏가량 찌워 단단해진 송민규는 시즌 들어 득점포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4라운드 인천전에서의 시즌 첫 골을 시작으로 꾸준히 득점을 올렸고, 이번 시즌 전 경기(27경기)에 출전해 공격포인트 16개(10골 6도움)를 쌓으며 팀의 3위 수성을 도왔다. 이때마다 보여준 특유의 흥겨운 세리머니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게임 속 세리머니가 멋있어서 따라하기 시작했다"며 "처음엔 이게 무슨 세리머니냐 하면서 형들이 놀렸는데 나중엔 멋있다고 해주더라"고 활짝 웃어 보였다.
지난 10월엔 처음으로 연령별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명단 발표 날 하루종일 휴대폰을 부여잡고 있었다는 송민규는 "이름이 올라있는 걸 보고 '이제 보여줄 때가 왔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번에 못하면 다신 이런 기회가 오지 않는단 생각으로 열심히 임하려 했다"고 말했다. 각오대로 송민규는 국가대표팀과의 친선전 1라운드에서 첫 득점을 뽑아내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송민규는 "태극마크를 달고 뛴 첫 경기에서 첫 골을 넣은 순간이라 정말 기뻤다"며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이 골을 넣어서 그나마 위안이 됐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 이 골을 넣지 못했으면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시즌 전 세운 '공격포인트 15개 달성'과 '대표팀 선발'이란 목표를 모두 이뤘다는 송민규는 이제 영플레이어상 수상만을 바라보고 있다. 송민규는 현재 엄원상(21·광주) 원두재(23·울산) 조규성(22·전북)과 함께 후보에 올라있다. 그는 "주변에선 이미 수상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기도 하는데, 다른 후보들도 뛰어난 만큼 발표할 때까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송스타'로 불리고 싶다는 송민규는 "제2의 손흥민이라고 불러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아직 내겐 과분한 별명같다"면서 "그보단 제1의 송민규, 송스타로 먼저 기억될 수 있게끔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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