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은 2017년부터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달 착륙 임무를 수행할 유인 우주선 '오리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주선 제작엔 50만개 이상의 부품들을 결합해야 하고, 이 중 정확한 측정이 필요한 반복 수작업을 위해선 작업자들이 매뉴얼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2'를 현장에서 활용하기 시작한 이후, 효율성은 크게 높아졌다. 안경을 쓰듯이 기기 착용만으로 도면부터 설계 이미지, 각종 수치와 설명까지 눈 앞에서 확인이 가능하면서 8시간에 달했던 기존의 작업 시간도 50분으로 크게 단축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허공에 뜬 홀로그램을 만지면서 돌리고, 날려보내는 장면을 이젠 현실속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내가 보는 실제 세상 위에 가상의 세계가 마음껏 구현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MS의 홀로렌즈2가 2일 국내에도 상륙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1년 만이다.
세계 최초 웨어러블 홀로그래픽 컴퓨터 홀로렌즈2는 현재까지 모든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틀어 가장 앞선 혼합현실(MR) 기기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 공개한 첫 모델을 거쳐 지난해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전시회에서 선보인 바 있다.
이지은 한국MS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개인용 컴퓨터(PC)와 스마트폰이 차례로 세상을 바꿨다면, 우리는 그 다음 단계가 혼합현실이라고 본다"며 "홀로렌즈와 같은 MR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세상이 많이 바뀔 것이라 보기 때문에 MS는 디바이스부터 플랫폼,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MR을 구성하는 전 단계에 많은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S의 홀로렌즈2에 대한 기대는 상당하다. 500만원대 고가에 기업간거래(B2B)용이란 한정된 쓰임새에도 압도적인 기술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선 전작에 비해 시야각을 두 배 넓혀 몰입도를 향상시켰다. 초경량 탄소섬유 소재로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도 장점이다. 리모콘으로 조작하는 타사 기기들과 달리 시선 방향과 손 동작 등을 모두 인식해 공중에 떠 있는 홀로그래픽을 손 위에 올리거나 돌리는 등의 행동이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무선으로 휴대성이 좋은 데다, 착용한 채로 안경 부분만 위로 올렸다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발자 편의성도 높였다.
산업 영역에서 홀로렌즈의 위상은 적지 않다. 대표적인 분야는 원격지원이다. 미국의 대형 석유회사 셰브론의 경우 유조선 수리 등에 홀로렌즈를 활용하고 있다. 바다 위 현장 작업자가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있으면, 본사의 숙련된 엔지니어가 단순히 '몇 번째 밸브를 왼쪽으로 돌려라'와 같은 모호한 매뉴얼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3차원(3D) 렌더링 그래픽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수리 방법을 보여주는 식이다. 벤틀리 시스템에서는 대형 경기장 건설 시뮬레이션이나 자동차 모델링에 홀로렌즈를 활용하고 있고, 이탈리아 명품 가구회사 나뚜찌는 고객이 홀로렌즈를 사용해 집에 미리 가구를 배치해본 뒤 구매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의과대학에서 교육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MS는 '애매한 가격과 어중간한 기술력'보다는 '비싸지만 최고의 기술력' 전략을 기반으로 최첨단 산업현장에서의 홀로렌즈2 활용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한국MS 관계자는 "가격 자체가 개인이 취미로 하기엔 부담스럽고, 개인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보다는 산업용 시나리오가 훨씬 많은 상황"이라며 "일단 산업 분야 요구 사항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향후 시나리오가 더 발전한다면 소비자(B2C) 영역으로까지 판매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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