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대표주자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연고점을 경신하며 파죽지세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이번 랠리는 글로벌 기업의 시장 진출 기대감 영향이 큰데, 투기 성격이 강했던 2017년의 ‘비트코인 광풍’ 때와는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2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분석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1만3,80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해 1월1일(7,203달러)과 비교하면 10개월 만에 91.7%나 뛴 수준이다.
비트코인 시가총액(2,541억달러)도 연초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국내에서도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연초(824만원)보다 89% 뛴 1,559만원(빗썸 기준)에 거래됐다.
2017년 말 2만달러 돌파를 목전에 뒀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18년 말에는 3,200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도 지난 3월 4,899달러까지 내려앉는 등 등락을 거듭했지만, 지난 7월 말 이후 1만달러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과거 호황기 수준으로 상승한 것은, 대형 투자자의 시장 진입 영향이 크다. 미국 페이팔(PayPal)은 지난달 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등 4종의 가상자산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내년부터 지원한다고 밝혔다. 페이팔은 전 세계 3억5,000만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기업이다.
2,600만개에 달하는 페이팔 가맹점에서 이용자가 가상자산으로 물건값을 결제하면, 내부 시스템이 이를 법정 화폐로 환전해 전송ㆍ결제하는 방식이다. 가상자산이 실생활 거래에 사용되는 셈이어서, 시장에서는 대기업이 가상자산의 적법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페이팔은 이 사업을 위해 미국 뉴욕감독청으로부터 조건부 가상자산 취급 면허도 확보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페이팔의 시장 진출은 가상자산에 기관투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확산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2017년에는 투기 심리에 따른 랠리 성격이 강했지만 이번에는 디지털 화폐 사용 보편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2017년 최고경영자(CEO)인 제이미 다이먼이 직접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할 정도로 가상자산에 부정적이었던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조차 가상자산 낙관론을 내놓은 상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기업의 비트코인 채택이 늘면서 금과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며 “장기적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과 미국 등에서 재확산하는 점과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도 또 다른 가격 상승 배경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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