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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지로 명물 '을지OB베어' 첫 강제집행 무산…40년 노포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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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지로 명물 '을지OB베어' 첫 강제집행 무산…40년 노포 살아남을까

입력
2020.11.03 17:42
수정
2020.11.0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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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집행 시도 소식 알려지자 단골 40~50명 모여
시민들, OB맥주 등과 손잡고 "돈 모아 지키자" 논의


을지ob베어를 지켜주세요 페이스북 페이지. 페이스북 캡처

을지ob베어를 지켜주세요 페이스북 페이지. 페이스북 캡처

을지로 '노가리골목'의 명물인 '을지OB베어'에 대한 강제 집행이 단골들의 노력으로 무산됐다. 단골들은 크라우드펀딩(웹이나 모바일 네트워크 등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과 OB맥주회사와 협업 등을 통해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시조(始祖)'를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3일 전순옥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위원장ㆍ최수영 을지OB베어 사장ㆍ'을지OB베어와 노가리 골목의 상생을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 수석부회장인 김경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0분쯤 서울 중구 을지OB베어 앞에서 철거 강제집행 시도가 무산됐다. 강제 철거집행이 이뤄진다는 소식을 들은 단골 40~50명이 집행을 막기 위해 가게 앞으로 찾아온 것이다. 강제 집행을 위한 철거 인력 10여명은 집행 시도조차 못하고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이 가게에 대한 강제 집행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을지OB베어는 1980년 창업주인 강효근 사장이 처음 영업을 시작, 딸인 강호신 사장과 사위 최수영 사장이 19.8㎡(6평) 가게 안에서 40년 동안 전통을 지키고 있다.

이곳은 생맥주집에 처음으로 노가리 안주를 도입한 것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을지OB베어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호프집으로는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에 뽑혔다.

대법원 명도소송 기각에 철거 위기…OB맥주·시민 손잡고 상생 모색

지난달 17일 을지OB베어에서 40주년 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17일 을지OB베어에서 40주년 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페이스북 캡처

문제는 2018년 9월 초 건물주가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명도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15일 대법원에서 기각 결정이 나면서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A가게가 등장하게 되면서 상황은 악화했다.

3월 A가게의 대표가 을지OB베어가 있는 건물을 사들였다는 소문이 나면서다. 최수영 사장은 "권리금 등을 주고 들어온 A가게의 점포만 노가리 골목에만 8개"라고 전했다. 이미 을지OB베어가 있는 건물에도 2018년 A가게가 분점을 냈다.

이에 단골들을 비롯한 공대위는 을지OB베어를 지키기 위해 두팔을 걷고 나섰다. 현재 을지OB베어가 있는 건물 가격의 일부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일반 시민으로부터 받고 일부를 OB맥주 본사로부터 후원 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실제로 을지OB베어는 OB맥주 본사의 거래처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17일, 을지OB베어 40주년 문화제가 열릴 당시 실제로 OB맥주 본사 고위 관계자가 찾아와 "가게를 살리는 방안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공대위 측은 OB맥주 본사 측의 협업과 크라우드펀딩이 조합된 안을 조만간 전달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본사 측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공대위 측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기도 하다. 전 위원장은 "올 봄 서울시장과 중구청장이 가게를 방문해 도와주겠다고 한 게 전부"라며 "이제는 본사와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아쉬워했다. 최 사장은 "법을 거스를 생각은 없다"며 "다만 골목의 다양성과 전통이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심정을 전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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