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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홍남기 재신임” 당정 갈등 때마다 힘 실어...신뢰 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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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홍남기 재신임” 당정 갈등 때마다 힘 실어...신뢰 깊어

입력
2020.11.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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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가 '경제컨트롤타워'?
? 장하성ㆍ김동연 갈등과는 성격 달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으나 반려됐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 직후 문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논란을 벌인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즉각 반려했다. 사진은 지난 6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는 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으나 반려됐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 직후 문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논란을 벌인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즉각 반려했다. 사진은 지난 6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는 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사의를 밝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즉각 재신임했다. 재산세 감면을 받는 중ㆍ저가 주택 기준 및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인 데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홍 부총리를 만류한 것이다. “경제에서 기적 같은 선방을 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최근 언급에서 보듯 경제사령탑에 대한 신뢰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다.


靑, 홍 부총리 사의 사실 공개 10분여만에 "문 대통령, 재신임" 공지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 사실은 이날 오후 2시 44분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답변을 통해 직접 공개됐다. 홍 부총리는 “대주주 기준은 현행처럼 10억원으로 유지됐다”며 “2개월 동안 갑론을박한 것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예상치 못한 홍 부총리의 발언에 문의가 빗발치자 10분여만에 ‘재신임’ 소식을 공지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시 58분쯤 문자메시지를 통해 “홍 부총리는 오늘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은 바로 반려 후 재신임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특히 “홍 부총리는 사표를 낸 게 아니라 사의를 표명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인사 문제를 일체 확인해 주지 않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홍 부총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깊은 신뢰가 반영된 청와대의 대응이라는 얘기다. 홍 부총리는 이낙연 국무총리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 대통령 주례회동에 1년 넘게 배석하면서 문 대통령의 신뢰를 쌓았다는 후문이다. '경제 컨트롤 타워는 기재부'라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원칙이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오대근 기자


문 대통령, 재난지원금ㆍ그린벨트해제 등 당정 충돌 때마다 "자신있게 추진하라" 격려

문 대통령은 올해만 다섯 번, 당정간 이견이 확인될 때마다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홍 부총리로부터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은 뒤 “8월 중순 이후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내수와 고용 충격에도 불구하고 경제팀이 수고를 많이 했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방역에 이어 경제에서도 성공모델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가구 장기보유 실거주자에게 세금 등에서 안심을 드리는 방안을 중심으로 정책을 마련하겠다”며 기재부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산세 완화 방침을 공식화한 직후다.

앞선 8월 그린벨트 해제 및 재정건전성 문제로 민주당과 기재부가 이견을 보였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로부터 2021년도 정부 예산안 중간보고를 받은 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7개국 가운데 성장률 1위가 전망될 정도로 경제부총리가 경제 사령탑으로서 총체적 역할을 잘하고 있다”며 “자신감 있게 정책을 추진하라”고 공개 메시지를 냈다.

올해 상반기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여부를 놓고 기재부가 적자국채 발행에 반대하며 갈등을 빚었을 때도 홍 부총리를 만나 “지금까지도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 해 달라”고 손을 들어줬다. 당시 홍 부총리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세균 국무총리 등에게 사의를 밝혔다는 얘기가 나오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나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부터), 김태년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0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당정청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부터), 김태년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0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당정청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은 선거 보지만, 정부는 시장 등 여러 변수 함께 봐야"...정치적 해석 경계

여권 일각에선 홍 부총리가 국회에서 사의 표명을 공개한 데 대해 마뜩찮아 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 기류는 사뭇 다르다. 홍 부총리 발언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정이 논쟁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집권 초 장하성 전 정책실장ㆍ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국정철학을 놓고 반목하면서 정부의 핵심 정책이 표류했던 것과는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할 ‘골든타임’인 지금은 경제사령탑을 흔들 때가 아니라는 공감대도 강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 관료는 재정건전성 문제와 관련한 원칙을 지키고, 세수확보 문제를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며 “홍 부총리가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당은 선거를 보지만 정부로서는 시장 등 여러 변수도 봐야 하는 만큼 서로 시각이 다를 수 있으니 갈등이 있는 것”이라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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