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대통령의 '말로만 재신임'이 '홍남기 사표 혼란' 키웠다

알림

대통령의 '말로만 재신임'이 '홍남기 사표 혼란' 키웠다

입력
2020.11.05 04:30
수정
2020.11.05 07:54
8면
0 0

홍 부총리 사퇴 의사 하루 만에 번복...여진은 지속
문 대통령, 여당 주장 수용하며 말로는 계속 "재신임"
홍 부총리 공개 항명 해석... 연말 개각 대상 될 수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의 표명'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4일 홍 부총리가 "(재신임 한다는) 대통령 뜻에 따르겠다"며 하루 만에 사퇴 의사를 번복했지만, 이번 사태로 당정 간 갈등이 봉합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여당에 계속 끌려다닌 것이 사태의 일차적 원인이지만, 당정 관계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문재인 대통령이 말로만 "재신임"을 외치면서 관료들의 의견을 번번이 묵살한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퇴 일단락 불구 당정 분위기 '복잡'

홍 부총리는 4일 국회에 출석해 퇴진 여부를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인사권자의 뜻에 맞춰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일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강하게 밝혔던 사퇴 의사를 사실상 거둬들인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홍 부총리 거취 문제는 종료가 된 것"이라며 재신임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정부(기획재정부)와 여당 내 분위기는 여전히 미묘하다. 정부 내부에서는 "부총리가 할 말을 했다" "기울어진 당정 관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등의 홍 부총리 사의 표명 지지 발언이 나왔다.

기재부의 한 직원은 "부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사의 표시라도 해서 정부 분위기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정부가 여당에 끌려다닌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정부는 특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책임지는 자세로 사의 표명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부총리가 선을 넘었다"는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공개 사의 표명은 정치 행위로 비칠 수 있다"며 "당정 합의에 불만을 품고 사퇴 의사를 밝힌다는 것은 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말로만 재신임, "대통령 책임론"도

홍 부총리의 사표 사태에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시종일관 홍 부총리에 대한 재신임을 표하면서도, 정작 당정 갈등 사안마다 번번이 여당의 주장을 따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생기자, 여당의 손을 들어주고도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해달라”며 홍 부총리를 재신임했다.

홍 부총리가 지난 7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정부 내 혼선이 가중되자 문 대통령은 이를 백지화했다. 그러면서도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힘있게 추진하라"며 또 한 번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의 언행 엇박자는 이번에도 반복됐다.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 변경을 놓고 당정 간 이견이 생겼는데, 청와대는 `현행 10억원 유지`라는 여당안을 100% 수용했다. 이에 반발해 홍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지만, 문 대통령의 대답은 "재신임"이었다.

이처럼 말뿐인 재신임 속에 경제정책 수장의 존재감이 갈수록 줄어들자, 결국 참다 못해 사퇴 카드를 던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홍 부총리의 공개 사의 표명으로, 조만간 진행될 개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홍 부총리 거취를 사전에 협의한 게 아니라면 홍 부총리의 공개 사의는 명백한 `항명`으로 읽힐 수 있어서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도 당장 부총리를 교체하기 어려우니 일단 재신임 후 후임자를 물색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로 부총리는 잠재적 개각 대상 후보가 됐다고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 민재용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