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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이 맨몸으로 철책 넘었다?... ‘숙박 귀순’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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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이 맨몸으로 철책 넘었다?... ‘숙박 귀순’ 미스터리

입력
2020.11.06 04:30
수정
2020.11.06 07: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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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군 GOP 철책근무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배우한 기자

강원 인제군 GOP 철책근무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배우한 기자


군 당국이 강원 동부전선에서 최대 이틀간 남측 지역을 누비며 철조망을 넘은 북한 남성 A씨의 신병을 4일 확보했지만 의문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이 맨몸으로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고 병력을 총동원한 우리 군의 추적을 따돌리는 것이 가능하느냐다. 이 때문에 A씨가 민간인으로 위장해 대남침투를 시도한 북한군일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A씨 외에 월남을 시도한 인원이 더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씨가 철책을 넘을 당시 감지 센서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북한 남성 1명이 철책을 넘어와 동부전선에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가 내려지는 등 수색작전이 전개된 4일 병력을 태운 트럭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남성 1명이 철책을 넘어와 동부전선에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가 내려지는 등 수색작전이 전개된 4일 병력을 태운 트럭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 맨몸으로 철조망 넘은 A씨, 민간인 맞나

합동참모본부는 4일 브리핑에서 “철책을 넘은 미상 인원은 남성으로 북한 주민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합참 브리핑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 내용을 종합하면 군 당국이 A씨를 민간인으로 추정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신병 확보 당시 A씨가 사복 차림에 무장하지 않았고 스스로 민간인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A씨의 진술과 복장에 근거한 판단이다.

그러나 지난 2일 오후 10시 14분,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배회하는 모습이 우리 감시장비에 포착된 이후 A씨 행적을 보면 비범한 대목이 적지 않다. A씨는 3일 오후 7시 25분, 맨몸으로 2~3m가 되는 GOP 철책을 넘은 뒤 14시간 동안 우리 군의 추적을 따돌렸다. 동부전선 특성상 숲이 우거져 수색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당시 우리 군은 투입 가능한 병력과 장비를 최대 동원한 상태였다.

A씨가 군에 붙잡힌 이후 귀순 의사를 밝힌 점도 석연치 않다. 애초에 귀순 의사가 있는 북한 주민이라면 굳이 야간에 은밀하게 철책을 넘을 이유가 없다. 정보당국은 대남침투를 시도한 북한군 또는 첩보원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A씨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연천 소재 GOP장병들이 야간 철책 순찰 근무를 서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홍인기 기자

경기 연천 소재 GOP장병들이 야간 철책 순찰 근무를 서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홍인기 기자


② A씨 외에 월남 시도자 또 있나

A씨 외에 추가로 월남을 시도한 인원이 있는 지도 향후 조사에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2일과 3일 야간에 감시장비에 찍힌 인물이 동일한 지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군은 일단 동일인으로 보고 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추가 귀순 시도자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1명으로 확인이 됐고 추가 인원은 없는 것으로 현재까지 평가하고 있다”며 “현지 수색작전도 종료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군복을 입은 인물이 감시 장비에 찍혔다'는 주장도 나와 A씨와 함께 월남을 시도한 다른 이들 중 일부가 북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 남성 1명이 철책을 넘어와 동부전선에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가 내려지는 등 수색작전이 전개된 4일 고성지역에서 병력들이 이동하고 았다. 연합뉴스

북한 남성 1명이 철책을 넘어와 동부전선에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가 내려지는 등 수색작전이 전개된 4일 고성지역에서 병력들이 이동하고 았다. 연합뉴스


③ ‘감지 센서’ 전원 껐거나 감도 낮췄을 가능성은

2,400억원 예산을 들인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원인을 놓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우선 해당 부대에서 감지 센서의 감도를 낮췄거나 전원을 아예 껐을 가능성이다. 철책 감지센서는 강풍이나 산짐승의 접촉에도 울리는 탓에 즉각 출동한 5분 대기조가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해당 부대에서 가끔 전원을 끄거나 센서 감도를 덜 예민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전원을 끈 것은 아니고 감도의 차이에 따른 오작동으로 보인다는 (군 당국의) 보고를 받았다”며 “철조망을 넘을 때 약하게 건드려서 장비가 반응을 안 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물론 경계시스템 자체 결함이 원인일 수도 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 9월부터 5년 간 GOP 경계 시스템 장비의 오류 및 고장은 총 2,749건으로 이 가운데 77%는 동물과 강풍에 의한 훼손이었고 16.0%는 장비 고장에 따른 것이었다. 합참은 이번 귀순과 관련, 해당 부대의 작전상황과 감시장비 상태 등을 조사하기 위해 전비태세검열단을 파견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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