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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양날의 검’ 우편투표... 투표율 높였지만 불복 빌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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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양날의 검’ 우편투표... 투표율 높였지만 불복 빌미 제공

입력
2020.11.06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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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분명히 드러난 우편투표

미국 대선 다음 날인 4일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체스터 대학에서 카운티 선거 관리 직원들이 우편투표 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웨스트체스터=AP 연합뉴스

미국 대선 다음 날인 4일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체스터 대학에서 카운티 선거 관리 직원들이 우편투표 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웨스트체스터=AP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은 역사에 각종 기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개표 흐름대로라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7,000만표 이상을 얻어 역대 최다 득표 당선인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소송으로 당선인 공백 사태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모두 이번 선거에서 대폭 확대된 우편투표의 '명(明)과 암(暗)'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다.

미 대선은 선거 당일 현장투표와 사전투표 결과를 합산해 승자를 결정한다. 사전투표는 다시 조기 현장투표와 우편투표로 나뉘는데 후자는 유권자가 선거일 이전 집으로 우송된 투표지에 기표해 다시 선관위에 보내는 방식이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미국은 남북전쟁 때 군인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보편적 투표 방법으로 자리 잡았고, 4년 전 대선 때는 전체 투표자의 23%인 3,300만명이 이를 통해 권리를 행사했다.

明: 120년 만 최고 투표율 경신

미국 대선 사전투표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미국 대선 사전투표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러나 이번만큼 우편투표가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미국을 삼킨 올해, 우편투표는 밀집한 투표소를 찾지 않고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선거정보 사이트 ‘미국선거프로젝트’에 따르면 5일 현재까지 우편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6,528만3,978명으로 사전 현장투표 참여의 두 배에 달한다. 일부 주(州)에서는 선거일 후에도 기표를 마친 용지가 집계를 위해 계속 도착하고 있어 최종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우편투표의 가장 명확한 순기능은 투표율 제고다. 지지 후보를 떠나 투표 참여 확대는 민의를 보다 잘 반영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대선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우편투표 덕에 반대로 최고 투표율을 바라보게 됐다. NBC방송은 자체 분석 모델을 통해 2020년 대선 최종 투표율을 1900년 이후 가장 높은 66.8%로 예측했다. 이미 남부와 중서부 23개 주는 40년 만에 투표율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暗: 오락가락 규정에 소송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다음 날인 4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선거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다음 날인 4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선거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문제는 제도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은 주별로 선거를 관리한다. 우편투표에 대해서도 연방정부 차원의 합의된 규정이 없고 지역마다 제각각이라 혼란이 가중됐다. 특히 경합주에선 접수 시한과 유효표 판정 기준에 따라 후보간 희비가 엇갈리는 구조라 법정 싸움의 빌미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례로 지난달 연방대법원은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선거일까지 우체국 소인을 찍은 우편투표는 각각 6일, 12일까지 접수할 수 있도록 시한 연장을 허용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불복 의지를 거듭 밝혀왔고, 선거 다음 날 패색이 짙어지자 곧바로 경합주에 대한 재검표 및 개표 중단 소송에 나섰다.

올해 개표가 대폭 지연된 것도 우편투표 탓이 크다. 우편투표는 개표 요원들이 일일이 봉투를 뜯어 용지를 꺼내고, 유권자 서명이 일치하는지 대조하는 절차를 거쳐 무효표를 가려내야 하기 때문에 현장 투표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공화당 텃밭인 플로리다는 대선일 몇 주 전부터 개표 준비 작업을 진행했고, 현장투표보다 우편투표를 먼저 개표해 당일 밤 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다. 반면 북부 ‘러스트벨트’ 경합주로 분류되는 미시간은 사전투표가 310만표에 달하는데도 우편투표 개봉 등 작업을 미리 하지 못해 개표가 늦어졌다. 위스콘신 역시 선거 당일 오전 7시에야 개표 준비에 들어가 우편투표를 현장투표보다 늦게 합산할 수밖에 없었다.

개표 지연은 표 분실, 폐기 등 부정선거에 관한 가짜뉴스 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는 ‘우편투표=사기’ 주장을 반복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던 그림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대선 불복을 선언하면서 최종 당선인은 두 후보 간 진흙탕 싸움 속 법원의 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연방대법원까지 끌고 가겠다는 입장이라, 소송이 1ㆍ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가는 동안 합법적 당선인 공백 상황이 길어지고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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