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美 대선] "남편 대통령 돼도 일할 것" 사상 첫 워킹맘 영부인 탄생

알림

[美 대선] "남편 대통령 돼도 일할 것" 사상 첫 워킹맘 영부인 탄생

입력
2020.11.08 10:30
수정
2020.11.08 13:37
8면
0 0

질 바이든, 美 최초로 직업 있는 영부인
부통령 후보 면접, 유세 보디가드 맹활약
미셸 오바마·힐러리 클린턴 섞어 놓은 듯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된 질 바이든 여사가 2일 피츠버그 하인즈필드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된 질 바이든 여사가 2일 피츠버그 하인즈필드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남편이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학교로 돌아갈 겁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이자,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된 질 바이든(69) 여사는 교육자다. 1975년 델라웨어대에서 영어학을 전공하고 고교 교사를 시작으로 줄곧 학생들을 가르쳤다. 교사 시절 대학원에 진학해 영어와 교육학으로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 석사를 딸 때에는 재혼해 얻은 두 아들과 뱃속에 막내 딸이 있었다. 한 시간 이상 운전을 하며 집과 학교를 오갔다. 일과 학업, 가정 어떤 것도 소홀히 하지 않던 ‘슈퍼 맘’이었다. 남편이 정치인으로 평생을 살았다면, 그는 교육자 외길을 걸었다. 지금도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대학에서 이민자 등 소외계층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바이든 여사는 2008년 남편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을 때도 일을 놓지 않았다. 지역 유세 현장을 도는 버스 안에서 학생들의 논문을 채점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2009년부터 8년간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역사상 최초로 직업을 유지한 ‘세컨드레이디(부통령 부인)’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이제 최초 타이틀은 ‘워킹 퍼스트레이디’로 바뀔 것이다. 어쩌면 퍼스트레이디가 부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질 바이든은 '미셸 오바마+힐러리 클린턴'

바이든 여사의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기질은 미셸 오마바ㆍ힐러리 클린턴 전 영부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남편의 어깨를 토닥이거나 감싸며 친구이자 동지로 비쳐졌던 오바마 여사, 그리고 의료보험 개혁 추진 등 정치적 야심을 숨기지 않았던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섞어 놓은 듯하다는 평가다. 다른 점은 직업을 포기하지 않은 것. 앞선 두 영부인은 남편이 대통령이 되자 변호사를 그만 뒀었다.

바이든 여사의 독립적 성향은 이번 대선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됐다. 유세 현장에서 배우자라는 제한된 역할에서 벗어나 ‘조력자’ ‘지원군’의 이미지를 톡톡히 각인시켰다. 올해 3월 로스앤젤레스(LA) 집회에서 여성 시위자들이 연단으로 난입하자 그들을 가로막으며 보디가드처럼 남편을 보호했다. 또 기자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던 남편에게 다가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라”며 충고한 일도 있었다. 그래서 미 언론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은둔형’, 바이든 여사는 ‘활동형’으로 구분 짓기도 했다.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 시위자들의 항의를 받자, 질 바이든 여사가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 시위자들의 항의를 받자, 질 바이든 여사가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는 남편의 러닝메이트를 선정하는 과정도 주도했다. 여러 후보를 압축하고 화상면접을 직접 챙겼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을 낙점한 것도 바이든 여사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남편을 맹공한 해리스 당선인이 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경선을 포기하자, 남편 더글라스 엠호프 변호사에게 연락해 위로를 전했다고 한다.

바이든 여사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장기를 살려 교육 문제에 팔을 걷어 붙일 것으로 보인다. “가르치는 일은 내 직업이 아니라 내 자신”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교육은 일생의 사명과도 같다. 세컨드레이디 시절에도 미국 내 2년제인 커뮤니티대학 발전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오바마 여사와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들의 교육권 확대에 힘썼다. 또 2015년 미 부통령 부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여성ㆍ교육 문제에 관해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행사에서 그는 “한국 여성들이 교육받은 비율은 높지만 직장에서 남성과 동등한 기회 등을 확보해야 한다”며 한국 교육의 장ㆍ단점을 평가했다.


질 바이든이 그려갈 영부인상은?

시대에 따라 미국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워킹맘들은 바이든 여사가 직업 여성으로서 자신들의 심정을 대변해 줄 것으로 굳게 믿지만, 어느 정도 속도 조절은 필요해 보인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아내 낸시 레이건 여사는 초반에 화려하고 자유로운 언행으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렸다. 둘 다 배우 출신이었으나, 사회적 잣대는 여성에게 보다 엄격했다. 이후 레이건 여사는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않은 ‘그림자 내조’로 일관했다. 그러자 다시 너무 ‘가정주부 같다’는 힐난이 뒤따랐다.

2017년 1월 미국 시카고 맥코믹플레이스의 레이크사이드센터에서 8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고별 연설'을 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자 미셸 오바마 여사가 포옹하며 달래주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7년 1월 미국 시카고 맥코믹플레이스의 레이크사이드센터에서 8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고별 연설'을 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자 미셸 오바마 여사가 포옹하며 달래주고 있다. AP 연합뉴스

반대로 클린턴 전 장관은 가정적이지 않다는 평가와 싸웠다. 지나치게 강해 보인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는 블랙 수트 차림을 고수하며 다방면에서 맹활약했다. 뛰어난 정치력은 4년 전 비록 실패 했지만 대권 도전으로 이어졌고, 백악관 공식 초상화에 바지를 입은 최초의 퍼스트레이디로 남았다.

오바마 여사는 퍼스트레이디에 사생활이 허락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이를 역이용했다. 옷차림부터 바꿔 최고급 의상은 피했다. 미국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의 스커트와 실용 브랜드 갭의 티셔츠를 매치해 입으며 첫 흑인 영부인의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그는 “흑인 여성은 화려하고 고상해 보여도, 또 너무 캐주얼해도 비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바이든 여사가 어떤 퍼스트레이 상을 그려갈 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강은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