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돼 온 재선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권 도전’ 직행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여권 내 차기 대선 구도를 가를 결정적 가늠자로 꼽히는 것은 사실상 ‘친문(친 문재인계) 표심’이다. 소장파 박 의원의 도전 앞에 놓인 것이 험로일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하지만 김경수 경남지사 항소심 판결 이후 복잡해진 내부 구도를 감안하면, 결이 다른 박 의원의 '상징성'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의원은 9일 광주MBC 라디오에 나와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서울시장보다는 정치개혁 과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정치연구소 설립 계획을 내놨다. 그는 “기득권에 맞서는 변화와 분열에 맞서는 통합, 미래를 향해가는 전진 등 열정적 에너지를 화두로 던지고 길을 열어보겠단 생각”이라며 세대교체 담론에 불씨를 던졌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 출마에 분명한 선을 긋고, 정치개혁·세대교체·통합 등 더 큰 어젠다를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의원이 사실상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차기 대선 도전의 출발선에 선 게 아니냐’는 질문에 “오랫동안 여러 무거운 고민들을 해오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정치개혁 과제들을 계속 고민해 가는 과정”이라고 여지를 뒀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 의원은 민주노동당 창당멤버로, 진보신당 등에서 주로 활동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에 합류했지만, 당에선 상당기간 비주류로 분류됐다. 당 지도부에 쓴 소리를 마다 않는 행보 때문에 당 핵심 지지층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의정 활동을 통해 독자적 정치행보를 구축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초선이던 20대 국회에서 △유치원 3법 추진을 주도했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암시 문건을 공개하는가 하면 △현대차 국내소비자 차별 문제 제기로 강제리콜을 끌어낸 일은 '정치인 박용진'을 각인시켰다.
올해 49세로 민주당 내에선 개혁 성향이 짙은 소장파다. 내년 초 본격화할 당내 대선 경선 레이스에 박 의원이 뛰어든다면, 스펙트럼에서 가장 젊은 후보이자 왼쪽에 선 도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등 여권 내부에서 쟁점이 되는 사안마다 내부를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은 그가 레이스의 각 마디에서 목소리를 키울 경우, 주류 당심에 전폭적으로 기대야 하는 다른 유력주자들도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다만 당내 세력 형성과 호남·친문 양대 지지층 확보 등 박 의원이 넘어서야 할 관문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레이스의 본격 신호탄이 울리기 전까지 박 의원이 이를 어떻게 돌파해가는지가 도전의 핵심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