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지만 막상 무슨 노래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 음악, 그 음악을 알려드립니다.
밥솥을 알리려는 TV 광고인데, 밥이나 밥솥이 먼저 나오지 않는다. 짙은 회색빛의 둥근 건축물이 화면의 3분의 2 정도를 가득 채우더니, 물결치는 듯 일렁이는 하얀색 집이 하늘과 대비를 이루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밥솥 광고 치고 영상미가 참 세련됐다 싶은데, 배경에 흐르는 음악 또한 그 만큼이나 인상적이다.
광고 시작 때부터 오르골 소리를 닮은,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그 선율 뒤를 바짝 이어 쿵짝짝 세 박자 왈츠풍의 현악기 소리가 들린다. 별스럽지 않은 듯 하면서도 은근히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쿠쿠가 최근 선보인 밥솥 '트윈프레셔' TV 광고다. 이 광고에 쓰인 음악은 엄밀히 말해 클래식 작품은 아니다. 프랑스 출신 작곡가 밥티스트 시리가 만든 현대음악이다. 제목은 '단추와 리본(Buttons and Bows)'. 2017년 발매된 앨범 '러브크래프트(Lovecraft)'에 실린 곡이다.
앨범 재킷은 새하얀 드레스의 뒤쪽 매듭을 누군가가 손으로 매만지고 있는 사진이다. 이 음악이 지닌 우아함을 드러내기 위함일 게다. 쿠쿠가 이 노래를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쿠쿠 관계자는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음악이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제품의 취지와 어울려 골랐다"고 말했다. '귀티나는 배우' 다니엘 헤니를 모델로 쓴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원곡은 2분 정도 밖에 안 되는 짧은 곡이다. 그렇게 짧은데 중반부쯤 이르면 변주가 시작되면서 곡 분위기가 일순 변한다. 피아노 뒤에 슬쩍 따라붙던 현악기들이 소리를 키우고 알레그로(Allegro)풍으로 변신한다. 이 한바탕의 절정에 다다른 뒤 음악은 다시 은은한 침묵으로 잦아든다. 광고에선 그 때 마침 밥이 맛있게 완성된다. 쿠쿠 광고는 다른 TV광고에 비해 대사가 적다. 음악이 모든 걸 말해줘서 일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