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지난 4일 송파구 올림픽공원 수변무대에서 흥겨운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방이1동 풍물패 '방잇골풍물단' 단원들이 함께 부르는 남도민요에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동그라미 모양으로 대형을 이루고 누운 단원들, 그 옆으로는 쇠(꽹과리)와 징, 북, 장구 등이 같은 원형으로 펼쳐져 있고, 반대편엔 양반과 포수, 기생 등을 상징하는 화려한 색상의 의상들이 또 하나의 동그라미를 완성하며 놓여 있다. 이렇게 바닥에 펼쳐진 세 개의 원은, 줄지어 이동하며 원을 감았다 풀었다 하는 풍물패의 '오방진' 대형을 표현한다.
풍물단을 이끄는 강사 문화령(68)씨는 "동·서·남·북·중앙을 감고, 풀어내는 오방진 진풀이는 풍물놀이 판굿의 핵심으로, 인간의 마음으로 닫힌 형국을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늘은 오방진 중 '천(天)ㆍ지(地)ㆍ인(人)' 세 개의 원을 그려서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조화롭게 풀어내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 등 위협 속에서 인류의 무사태평을 기원한다는 의미다.
원래 풍물놀이는 여러 사람이 행렬을 지어 이동하며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굿판'에서 유래했다. 정초에 액을 물리치고 풍년을 기원하는 연례 행사로 시작된 것인데, 시간이 갈수록 마을공동체의 단합과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는 축제 역할을 해 왔다. 흥이 넘치는 풍물놀이의 진풀이에는, 듣다 보면 속이 뻥 뚫리는 사물(꽹과리, 징, 장구, 북) 외에도 소고와 나발, 태평소 등 선율을 표현하는 악기가 곁들여진다.
풍물단마다 기다란 대나무 깃대에 기를 달아 앞세우는데, 과거 신상 또는 신위를 주로 썼던 데 비해 현대에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문구를 주로 담는다. 꽹과리, 장구 등을 연주하는 '재비'가 그 뒤를 따르고, 무동 또는 양반, 창부, 대포수, 할미 등 연극놀이를 담당하는 '잡색'이 풍물놀이 행렬의 마지막을 완성한다.
마을 공동체가 화합하며 흥을 돋우는 풍물놀이는 악기 연주자들간의 궁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잇골풍물단이 지난 13년간 유지해 올 수 있는 비결 또한, 단원들간의 '찰떡 궁합'이다. 이날 만난 단원들은 “우리는 평소에도 가족 같은 관계”라며 "한번에 2시간 이상, 일주일에 3일씩 함께 연습하고 땀을 흘리다 보니 정이 돈독해진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막내가 50대 중반, 최고령은 75세로 적지 않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풍악이 울리면 이들은 모두 하나가 된다.
풍물단원 김순덕(68)씨는 “7년 전 난소암 3기 판정을 받고 몸이 아팠는데, 이곳에서 활동하면서 건강을 되찾았다. 선생님을 비롯해 단원들이 너무 잘 이끌어주고, 가락을 배우는 것이 즐거워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환하게 웃었다.
단원들마다 개인차는 있지만 공통점은 모든 사물을 고루 다룰 줄 안다는 사실이다. 개중에는 '고수' 급 실력을 지닌 이도 적지 않다. 다만, 한성백제문화제나 일자리 만들기 행사 등 수많은 구경꾼 앞에서 갈고닦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들이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줄줄이 취소된 점은 아쉽다. 공연도 공연이지만 감염 위험으로 인해 정기 모임마저 할 수 없어진 점은 더욱 안타깝다. 코로나19 탓에 해마다 가던 합숙훈련도 포기해야 했다. 단원 한현실(67) 씨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연습실이 폐쇄되고 단원들 서로가 만나지 못하는 바람에 관계가 느슨해진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촬영을 위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단원들은 흥겨운 남도 민요를 함께 부르며 코로나19를 하루 빨리 극복하고 자유로운 삶으로의 회복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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