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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환상의 숲...천년고찰 사라진 터에 7000그루 동백나무

입력
2020.11.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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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 불빛에 가려진 광양의 매력

광양은 이른 봄 섬진강변 매화마을을 빼면 관광지로 별로 알려진 곳이 없다. 남도를 대표하는 관광 도시 여수와 순천이 바로 인근이어서 스쳐 지나가는 곳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리면 광양제철소 불빛보다 더 반짝거리는 광양의 매력이 보인다.

광양의 숨겨진 보물, 옥룡사지 동백숲은 주변이 무채색으로 변하는 겨울 무성한 녹음으로 더욱 빛나는 곳이다. ⓒ박준규

광양의 숨겨진 보물, 옥룡사지 동백숲은 주변이 무채색으로 변하는 겨울 무성한 녹음으로 더욱 빛나는 곳이다. ⓒ박준규

광양까지 열차로 가려면 순천역(KTX)에 내려 광양역으로 가는 무궁화호로 갈아타야 한다. 환승이 번거롭다면 서울에서 한 번에 가는 시외우등버스를 타는 게 답이다.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동광양터미널(중마동)까지 4시간이 걸린다. 광양에서는 운행 횟수가 적은 시내버스보다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낫다. 첫 목적지 광야의 숨겨진 보물, 옥룡사지 동백숲으로 향한다.

겨울에 더욱 빛나는 환상의 녹음, 옥룡사지 동백나무숲

옥룡사는 8세기 초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사찰로 풍수지리설의 대가 도선국사가 35년간 머물렀던 절이다. 그러나 천년 사찰은 1878년 화재로 소실되고, 일제강점기에는 부도와 비석까지 파손돼 현재는 절터만 남았다. 그렇다고 쓸쓸하게 빈 터만 남은 건 아니다. 땅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심은 동백나무 7,000여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사계절 짙은 녹음과 맑은 공기를 일상에 지친 여행객에게 신선한 기운을 안기는 치유의 휴식처다. 천천히 산책로를 거닐면 자연과 하나가 된 듯 몸이 가뿐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모든 게 무채색으로 변하는 겨울에 더욱 매력적인 곳이다.

옥룡사지 동백나무숲. 녹음이 짙은 산책로를 걸으면 심신이 절로 치유되는 느낌이다. ⓒ박준규

옥룡사지 동백나무숲. 녹음이 짙은 산책로를 걸으면 심신이 절로 치유되는 느낌이다. ⓒ박준규


짙은 동백나무 그늘 사이로 햇살이 비치면 신비한 기운이 감돈다. ⓒ박준규

짙은 동백나무 그늘 사이로 햇살이 비치면 신비한 기운이 감돈다. ⓒ박준규


화려한 빛의 향연 광양와인동굴

광양제철소로 원료와 제품을 운송했던 광양제철선 폐선 구간의 석정터널(길이 310m)이 광양와인동굴로 변신했다. 와인과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와인의 기원과 역사를 새긴 부조 벽화, 실루엣에 따라 움직이는 미디어파사드, 동작에 맞춰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미디어가 이어진다. 카페테리아에서 세계의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도 있다. 입장료 5,000원.

광양와인동굴의 카페테리아. 각국의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박준규

광양와인동굴의 카페테리아. 각국의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박준규


광양와인동굴의 환상적인 빛 터널. ⓒ박준규

광양와인동굴의 환상적인 빛 터널. ⓒ박준규

광양제철과 여수산단까지...구봉산전망대 야경

봉수대가 있었던 구봉산(473m)은 광양의 대표적인 야경 명소다. 매화꽃이 피는 모양을 쇠로 표현한 ‘메탈아트 봉수대’에서 내려다보면 광양제철소, 이순신대교, 광양항과 여수 국가산업단지의 조명이 불야성을 이룬다. 산업시설을 관광지라 할 순 없지만 멀리서 보는 야경만큼은 장관이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광양만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완벽한 인생샷이 탄생한다.

광양 구봉산 전망대. 매화꽃이 피는 모양을 쇠로 표현한 메탈아트 봉수대가 세워져 있다. ⓒ박준규

광양 구봉산 전망대. 매화꽃이 피는 모양을 쇠로 표현한 메탈아트 봉수대가 세워져 있다. ⓒ박준규


구봉산 전망대에 오르면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단까지 야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박준규

구봉산 전망대에 오르면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단까지 야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박준규


구한말 마지막 선비 황현 생가와 매천역사공원

구한말의 시인이자 학자인 황현(1855~1910)은 광양 봉강면 서석촌에서 태어났다. 조선 초 명재상이었던 황희(1363~1452)의 15대 손이지만 당시에는 가난한 선비 집안의 아들이었다. 그럼에도 부친은 아들을 위해 1,000여권의 책을 비치하는 등 온갖 정성을 쏟았다. 덕분에 학문적 내공은 깊어졌지만 황현의 인생은 혼란한 사회만큼이나 순탄치 않았다. 고종 20년(1883)인 29세에 특설보거과에 응시해 장원에 뽑혔으나 시험관은 그가 몰락한 가문 출신임을 알고 차석으로 떨어뜨렸다. 34세(1888년)에는 생원시에 장원급제했지만 부패하고 무기력한 조정의 현실을 한탄하며 벼슬을 버렸다. ‘매천집’ ‘매천야록’ 등 저술에 매진한 것도 이때부터다.

51세 때인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매국노를 성토하는 ‘문변삼수(聞變三首)’와 자결한 대신들을 추모하는 ‘오애시(五哀詩)’를 지었다. 1910년 일제에 국권을 완전히 빼앗긴 경술국치를 당하자 매천은 결국 절명시 4수와 유서를 남기고 56세를 일기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광양시는 그의 우국충정을 기려 고향에 초가지붕 생가를 복원하고, 그의 선조와 후손들의 묘역에 매천역사공원을 조성했다.

봉강면 석사리의 매천 생가. 정면 5칸, 측면 3칸의 초가로 2001년 복원했다. ⓒ박준규

봉강면 석사리의 매천 생가. 정면 5칸, 측면 3칸의 초가로 2001년 복원했다. ⓒ박준규


매천역사공원엔 황현과 그의 선조, 후손들의 묘역이 자리하고 있다. ⓒ박준규

매천역사공원엔 황현과 그의 선조, 후손들의 묘역이 자리하고 있다. ⓒ박준규


매천의 절명시. 매천은 조선의 마지막 선비이자 우국지사로 평가받고 있다. 탁월한 문장가이자 꼼꼼한 기록자, 안목 높은 역사가였다. ⓒ박준규

매천의 절명시. 매천은 조선의 마지막 선비이자 우국지사로 평가받고 있다. 탁월한 문장가이자 꼼꼼한 기록자, 안목 높은 역사가였다. ⓒ박준규


대표 먹거리는 역시 광양불고기

여행에 별미가 빠질 수 없다. 광양구미(九味) 중에서 으뜸으로 치는 광양불고기는 울산 언양불고기와 쌍벽을 이룬다. 얇게 썬 쇠고기를 표시나지 않게 양념한 후, 청동화로 속 참숯으로 달궈진 구리석쇠에 살짝 굽는다. 육즙이 배어 나올 즈음이 딱 먹기 좋다. 야들야들한 쇠고기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광양으로 유배 왔다 풀려난 선비가 한양으로 돌아가서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다는 맛이다.

참숯으로 달궈진 구리석쇠에 구워 먹는 광양불고기. 시내식당 한우 1인 2만3,000원. ⓒ박준규

참숯으로 달궈진 구리석쇠에 구워 먹는 광양불고기. 시내식당 한우 1인 2만3,000원. ⓒ박준규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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