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전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편집자주
‘김영화의 정치행간’은 의회와 정당, 정부와 청와대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치열하게 다투다가도 타협을 이끌어내는 게 정치입니다. 그 이면의 합의와 조정 과정을 따라가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선 전략을 놓고 자강론과 연대론이 충돌하고 있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연대론보다 더 강경한 주장이 바로 시민후보 추대론이다. 현재의 국민의힘 후보로는 승산이 없으니 아예 처음부터 외부의 경쟁력 있는 인사를 시민후보로 추대하자는 주장이다. 당내 경선도 거치지 말자는 파격 주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연대론보다 한발 더 나간 구상이다.
시민후보 추대론은 자유한국당 시절 사무총장까지 지낸 소장파 3선 출신 김용태 전 의원이 처음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지난 2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지역 전ㆍ현직 중진 의원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서울 중도층 표심을 잡으려면 국민의힘 간판을 뗀 후보가 필요하다”며 “정의당 지지층까지 수렴할 수 있는 시민후보를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에선 장제원 의원이 “우리의 이름으로 이길 수 없다면 시민후보의 이름으로라도 이겨야 한다”며 거들었다.
하지만 시민후보 추대론은 제1야당 간판으로 후보도 못 내면 당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반론에 막혀 아직은 소수 의견에 머물고 있다. 안철수 대표에 비판적인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안 대표가 오면 막지는 않겠지만 103석 정당이 안철수만 바라보다 지지율이 안 나오면 어떻게 되냐”며 “우리 후보를 잘 길러내서 지더라도 당당하게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후보 추대론은 금세 사그라지지 않을 듯하다. 야권의 반문정서를 하나로 담아내되 국민의힘에 염증을 느끼는 중도층 마음도 끌어들일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화 인터뷰에서 김 전 의원은 “민주당이 2011년 무소속이었던 박원순 후보에게 사실상의 정치적 담판을 통해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내줬던 것 이상의 비상한 희생을 국민의힘은 보여 줘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시민후보 추대론을 주장한 배경은 무엇인가.
“이번에도 지면 보수 정당은 희망이 없다. 민주당이 2011년 명분과 체면을 다 내려놓았다. 우리도 이기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경선도 아닌 추대를 하자고 하니 반발이 많다.
“당에선 미스터트롯 방식으로 경선에서 흥행을 일으키면 승산이 있다고 보지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이번 재보선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지만 국민의힘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문재인 심판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이게 지금 국민의힘 후보로 가능하겠나.”
-제1야당이 후보도 내지 못하면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재보선 성격을 감안하면 국민의힘에 동의하지 않는 서울시민까지 모아낼 수 있는 사람이 후보가 되어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은 국민의힘 안으로 들어와서 경선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면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 경선에 들어올까.
“안 대표는 그런 식으로는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고, 들어오더라도 득표율이 떨어질 것이다. 안 대표도 그걸 잘 알고 있을 거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가 됐을 때 과연 진중권과 김경률, 서민 같은 중도 세력이 안 대표를 지지하겠나. 나는 안 대표가 시민후보로 추대됐을 때 진중권으로 대표되는 중도 세력이 지지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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