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경찰서 상림지구대 권기훈 경장 김영진 경위 추석 연휴때 8개월 여아 살려
운전대 잡은 권 경장 11일 경찰청장 표창 받아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 응급상황에 시민들이 길을 열어줬습니다."
추석 다음날인 지난달 2일 오후 1시6분쯤 경북 구미경찰서 상림지구대 권기훈(35) 경장과 김영진(47) 경위는 순찰을 한 바퀴 돌고난 뒤 주차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승용차 한 대가 "끽" 소리를 내고 지구대 앞에 섰다.
“도와주세요, 아이가 숨을 쉬지 않아요.” 30대 중반의 아기 아빠가 숨 넘어가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소리쳤다. 생후 8개월짜리 여아는 엄마 품에 안긴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응급상황이었다.
“빨리 순찰차에 타세요." '투캅스'는 119 구급대를 부르는 것보다 병원으로 직행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판단했다. 10개월짜리 사내아이의 아빠인 권 경장도 마음이 급해졌다. 경광등을 켜고 전속력으로 지구대를 빠져나갔다. 배고픔은 잊은 지 오래였다.
지구대에서 인근 순천향대 구미병원 응급실까지는 평소 승용차로 10분 가까이 걸리는 거리였다. 대형마트도 중간에 있었다. 김 경위는 순찰차 마이크와 외부 스피커로 도로 위 차량 운전자들에게 양보운전을 당부했다.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소리에 혼잡하던 도로 중간에 없던 길이 생겨났다. 가속페달에도 힘이 실렸다.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이날 권 경장은 오후 1시6분 40초에 지구대를 출발해 1시9분 10초에 병원에 도착했다. 10분 가까운 거리를 2분30초 만에 주파한 것이다.
권 경장이 놀란 엄마를 대신해 아이를 품에 안고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 권 경장과 김 경위는 한 동안 병원 앞에 굳어 있었다. 혹시 골든타임을 놓쳤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잠시 후 아이가 손발을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제야 투캅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기가 몰려왔다.
경기 파주에 사는 아이 가족은 이날 구미시 오태동에 있는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다행히 아기는 무사했다. 아기 엄마는 지난달 8일 다시 상림지구대를 찾았다. 감사의 인사를 하려했으나 권 경장은 휴무였다.
올 1월 아들을 본 권 경장은 “무엇보다 아기가 무사해 다행”이라며 “최근 우리 아이도 아파 놀란 적이 있어서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경위도 "구미시민들이 길을 양보해줘 병원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며 "아이를 살린 것은 시민의식"이라고 공을 돌렸다.
응급상황에 운전대를 잡았던 권 경장은 지난 11일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이재영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장이 상림지구대를 방문해 표창장을 전달했다. 이 과장은 "가장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써주는 일선 경찰관들께 감사한다“며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이 되도록 더욱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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