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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마요, 자매님들”… ‘여성이 사라지는 교회’ 구하려 언니들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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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마요, 자매님들”… ‘여성이 사라지는 교회’ 구하려 언니들이 뭉쳤다

입력
2020.11.13 04:30
수정
2020.11.13 07:2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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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회언니 페미토크’? 여성 신학자 4명

4일 서울 평창동 ‘대화의 집’에서 개신교 여성 신학자 4명이 유튜브 채널 ‘교회언니 페미토크’를 녹화 중이다. 왼쪽부터 이은애, 이주아, 김희선, 백소영 박사. 왕나경 인턴기자

4일 서울 평창동 ‘대화의 집’에서 개신교 여성 신학자 4명이 유튜브 채널 ‘교회언니 페미토크’를 녹화 중이다. 왼쪽부터 이은애, 이주아, 김희선, 백소영 박사. 왕나경 인턴기자

“1898년에는…. 이게 몇 년 전이지? 계산이 안 되네.” 19세기 말 한국 교회 여성들 이야기를 한창 하던 참이었다. 옆에 앉은 자매가 우스개를 툭 던진다. “바보 콘셉트예요.” 까르르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안 그래도 지금 얘기의 주제가 ‘교회는 왜 여성을 바보 취급하는가’여서다.

4일 서울 평창동 ‘대화의 집’. 유튜브 방송 ‘교회언니 페미토크’ 시즌 4의 8번째, 마지막 편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네 명의 여성 신학자는 주거니 받거니 호흡이 척척이다. 와글와글 수다 떠는 것 같은데 내용은 제법 묵직하다.

페미토크 시즌 4가 다루는 소재는 역사학자 기 베슈텔의 책 ‘신의 네 여자’다. 베슈텔은 기독교가 여자를 창녀, 마녀, 성녀, 바보 4가지로 분류해 왔다고 분석했다. 출연진은 당연하게도 교회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이 틀을 비판하고, 또 그 틀을 깨트린 여성들도 소개했다.

이화여대 강사인 이은애 박사. 방송용 별명이 ‘다큐은애’다. 왕나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강사인 이은애 박사. 방송용 별명이 ‘다큐은애’다. 왕나경 인턴기자

웃고 떠드는 가운데서도 대화의 수준이 유지되는 건, 이들 모두가 신학 박사여서다. 아니, 그냥 박사도 아니고 ‘전공’까지 감안해 구색을 맞췄다. 이은애(이화여대)는 구약성서신학, 백소영(강남대)은 기독교사회윤리학, 이주아(이화여대)는 기독교교육학, 김희선(명지대)은 기독교상담학 전공자다. 소재와 깊이 면에서 꿀릴 게 없다.

강단에 서야 할 이들이 한데 모여 유튜브를 시작한 건 교회를 떠나는 젊은 여성들을 붙잡기 위해서다. 젊은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대착오적인 가부장제와 남녀 불평등이다. ‘얘들아 우리 언니들이 싸워 줄게, 우리 함께 교회를 바꿔 보지 않을래’ 하는 심정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것이다. 친근한 언니가 돼 보려고 ‘다큐은애’, ‘낭만소영’, ‘직진주아’, ‘걸크희선’ 같은 ‘부캐’도 만들었다.

이화여대 강사인 이주아 박사. 방송용 별명이 ‘직진주아’다. 왕나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강사인 이주아 박사. 방송용 별명이 ‘직진주아’다. 왕나경 인턴기자

넷은 원래 친했던 사이였다. 2018년 만든 단톡방 이름이 ‘ETS 4’다. ‘이화 시얼러지컬 시스터스’(Ewha Theological Sisters)에다 4명이니 4를 붙였다. 언뜻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BTS가 떠올랐다. “따라 했다”며 이은애 박사가 웃었다.

넷이 뭉친 건, 갹출을 해서라도 유튜브 채널 같은 것 하나 만들어 보기 위해서였다. 운도 따랐다. 때마침 비슷한 고민을 하며 마땅한 방법을 찾던 개신교 단체 ‘크리스챤 아카데미’가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김희선 명지대 객원교수. 방송용 별명이 ‘걸크희선’이다. 왕나경 인턴기자

김희선 명지대 객원교수. 방송용 별명이 ‘걸크희선’이다. 왕나경 인턴기자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교회와 세상이 따로 논다는 점이다. “교회에서 보수적인 이야기만 듣다가 밖에 나가 페미니즘을 접하고 배우거든요. 교회 청년, 특히 여성들은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지 몰라 힘들어해요. 그 고민을 함께 나누는, 언니 같은 선배가 되고 싶었죠.”(백소영)

그래도 요즘은 시대가 많이 바뀌지 않았나. 이들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서울YWCA 의뢰를 받아 ‘한국 교회 성차별 실태 조사’를 진행한 이주아 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교회 초등학생 교재만 봐도 그래요, 성경 속 여자 지도자에게는 ‘예쁜 여자였다‘는 설명을 꼭 붙여요. 교회를 들어가 봐도 기저귀 교환대나 어린이 대변기는 여자 화장실에만 설치돼 있고요.”

아이들이 교회에서 보는 풍경도 문제다. “당회에 가면 남성 장로밖에 없어요. 여자들은 다 어디 갔나 찾아 보면 다들 식당에 있어요. 주방 봉사 하는 거죠. 아이들은 눈으로 찍으면서 배워요. ‘중요한 일은 남자가 하는 거구나’ 생각하게 되는 거죠.”(이주아)

백소영 강남대 초빙교수. 방송용 별명이 ‘낭만소영’이다. 왕나경 인턴기자

백소영 강남대 초빙교수. 방송용 별명이 ‘낭만소영’이다. 왕나경 인턴기자

이런 관행을 뒷받침하는 건 성경에 대한 낡고 편협한 해석이다. “이미 죽고 없는 유럽 백인 남성 시점의 해석을 내놓고는 성경 대신 그걸 믿으라고 강요한다”(이은애)는 얘기다. 그래서 이들은 페미니즘이 기존 교회를 전복하려 한다는 일부의 시각을 오해로 간주했다. 이들이 시도하는 건 “전복이 아니라 회복”이다. “노예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모두 예수 안에서 하나”(갈라디아서 3장 28절)라고 가르치는 게 성경이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고,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게 개신교다.

이들이 꿈꾸는 건 여성과 청년의 연대다. “지금 보혁 할 것 없이 개신교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86세대 중년 남성들은 같은 세대의 여성보다 청년에게 더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이 청년과 연대해야 할 이유죠.”(백소영)

교회 내 성폭력 문제도 보다 공개적으로 다뤄야 한다. “교회 내 성차별이나 성폭력 경험을 개인적인 상담으로만 듣다 보니, 이 주제를 공적으로 거론하는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요.”(김희선)

유튜브 채널 ‘교회언니 페미토크’ 출연진. 왼쪽부터 이화여대 강사인 이은애ㆍ이주아 박사, 김희선 명지대 객원교수, 백소영 강남대 초빙교수. 왕나경 인턴기자

유튜브 채널 ‘교회언니 페미토크’ 출연진. 왼쪽부터 이화여대 강사인 이은애ㆍ이주아 박사, 김희선 명지대 객원교수, 백소영 강남대 초빙교수. 왕나경 인턴기자

페미토크는 사실 쉬운 작업은 아니다. 기득권 남성들이 보기엔 마뜩찮고 귀찮은 존재다. 반면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눈에 이들은 ‘미적지근하니 착한 교회 여자들‘일 뿐이다. 내 편은 드물고 열렬한 팬덤도 없다.

그럼에도 이 작업을 계속 해 나가는 건 교회를 사랑해서다. “가톨릭을 비판하며 시작된 종교가 개신교인데, 개신교가 고인 물이 되려 하고 있어요. 계속 새로워져야 한다는 기독교 정신을 회복해야 썩지 않습니다.”(이은애) “교회 다니는 여자들 중에 우리 같은 언니들도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김희선)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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