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택배기사들의 장시간 노동을 막고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올해에만 10여명의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로 목숨을 잃는 등 ‘죽음의 행렬’이 잇따르자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만시지탄이다.
택배사와 택배기사 간 이견이 큰 발송 전 분류작업(일명 ‘까대기’) 범위와 비용 분담 문제는 결론 내리지 못했지만, 이번 대책에는 노동계가 그동안 요구해 왔던 사항들이 대부분 담겼다. 정부 대책의 골자는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 시간 단축과 장시간 노동의 구조적 원인인 택배 단가의 합리적 개선이다. 정부는 작업 시간 단축을 위해서 밤 10시 이후 앱 차단 등을 통해 심야 배송을 막고, 주 5일제를 권고해 택배 기사들에게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하도록 했다.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택배 단가의 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은 주목할 만하다. 택배사가 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는 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택배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관행 때문이다. 리베이트는 배송 1건당 600원에 달한다고 한다. 대형 유통업체-택배사-대리점-택배기사로 이어지는 갑을 관계 문제를 해소해야 단가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배보다 배꼽이 큰' 불공정 거래 관행의 근절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곧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 협의회'를 구성해 후속 논의를 한다는 방침이다. 택배사와 대형 유통업체들을 모두 참여시킬 계획인데 논란에서 비껴나 있던 유통업체들의 참여는 필수다.
택배사들도 진정성을 갖고 협의에 임하기를 바란다.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이어지자 CJ대한통운은 대표가 공개 사과하고 분류작업 인원 4,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비용 절반을 대리점이 부담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사회적 비난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얄팍한 태도로는 결코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택배사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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