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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우분투' 쉽잖네…냉랭 야당·성과 압박·들끓는 당원 3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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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우분투' 쉽잖네…냉랭 야당·성과 압박·들끓는 당원 3중고

입력
2020.11.13 20: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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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뒷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앞줄 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제55회 전국여성대회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뒷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앞줄 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제55회 전국여성대회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양극화된 정치 현실에서 '우분투(ubuntuㆍ‘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족 표현) 협치'는 이른 꿈이었을까.

지난 8월 취임한 이낙연 대표가 일성으로 내걸었던 '우분투 협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상대방인 야당의 냉랭한 시선과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민주당의 '개혁 입법 성적표'에 입법을 위해 단독 처리라도 강행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협치를 위한 동력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단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지난 21대 총선 공동 공약에 대한 정책위의장 간 협의를 물꼬로 협치 재가동을 모색하고 있다.


냉랭한 국민의힘, 복잡해진 정책협치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10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최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10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최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 대표 취임 직후 분위기는 '데탕트'를 연상케 했다. 이 대표는 9월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분투 협치'를 화두로 던지며 "사실상 중단된 여야정 정례 대화를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3일 후인 9월 10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이 대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신속 처리에 교감을 이뤘다. 양측은 의장 주재 양당 대표회동을 월 1회 개최하고, 양당이 공통으로 공약한 비쟁점 민생법안을 처리하자는 데도 뜻을 모았다.

이후에도 이 대표는 실질적인 협치를 이어가기 위해 분주했다. 이 대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으로 공방이 벌어지던 9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 중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본회의장에서 만나 '야당이 주장하는 전국민 무료 독감 백신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협상은 재개됐고 여야는 이튿날 4차 추경 9월 22일 처리에 합의했다.

하지만 여야간 무르익던 협치 분위기는 거기까지였다.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 공방이 확산되고 해양수산부 실종 공무원에 대한 북한의 피격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여야간 관계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당 대표 정례회동은 없는 얘기가 됐고, 원내대표 간 회동도 이달 들어 열리지 않고 있다.

개혁입법 성적표 다가오자, 지지층 "민주당 점령하라"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한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냈던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깨시민이여, 민주당을 점령하자"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한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냈던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깨시민이여, 민주당을 점령하자"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정책 협치가 쉽지 않은 데는 민주당 내부 사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단 이 대표가 공언한 개혁 입법 처리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다급함이 깔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를 위한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ㆍ상법ㆍ금융그룹감독법)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처리를 못 박았으나, 국민의힘은 노동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과 연계시키고 있다. 정기국회 종료까지 한달 남짓 남았지만 양당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당내 여론을 주도하는 친문재인(친문)계 지지층이 각종 개혁 입법을 위해 '단독 처리'라도 감행하라고 압박을 넣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10일 페이스북에서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의 준말)이여, 민주당을 점령하자"며 "연말까지 검찰, 사법, 언론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선언하라"고 지도부를 압박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3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입법의 시간이 다가올 수록 이런 압박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정애-이종배 13일 회동, 협치 물꼬 트나


한정애(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9월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 도중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정애(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9월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 도중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민주당은 협치의 끈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진행중이다. 양당 정책위의장 회동을 통해 정책 협치가 다시 진행되길 희망하고 있다. 최근 양당 정책위의장 간 분위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양당 공통 공약인 '스토킹 처벌법' 입법을 국민의힘에 요청하자,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 의원님께 상생의 마음을 담아 화분을 전한다"고 우회적으로 긍정적 입장으로 화답했다. 두 정책위의장은 13일 국회 이 의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9월 양당 대표 회동 이후 두 번째다. 정기국회 내 우선처리법안을 확인하고, 총선 전 공통으로 공약했던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정기국회 기간 이 대표가 내건 '우분투 협치'가 어느정도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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