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7일 정부가 김해 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시장 성범죄 보궐선거를 앞둔 표변”이라고 맹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민주당 대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민과 부산시민 앞에 사죄부터 하고 갑작스런 표변에 책임져야 한다”고 정부ㆍ여당에 총체적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당의 ‘공식입장’과 달리 속내는 복잡했다. 내년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지상과제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협조하겠단 뜻을 나타낸 반면, 대구를 지역구로 둔 주호영 원내대표는 감사를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당의 ‘투톱’ 뿐 아니라 당 주류인 영남권도 둘로 쪼개졌다. 마냥 환영하지도, 마냥 비판할 수만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쪼개진 지도부, 대립하는 영남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부의 김해신공항안 폐기를 ‘월성 원전 1호기의 판박이’라 일컬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덕을 보려고 변경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사업 변경과정의 무리나 불법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감사원 감사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의 반응은 미묘하게 달랐다. 그는 기자들에게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새로운 공항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면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강구를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과 이종배 정책위원장 등은 지난 11일 부산을 찾았을 때도 정부 결론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부산과 대구ㆍ경북(TK) 지역 의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극명하게 갈렸다.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이 적극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지만 대구시당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김해가 안된다면 밀양신공항부터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K 의원들은 정부 발표가 나온 뒤 긴급 회동을 갖고 집단행동을 논의했다.
TK나 PK, 둘 중 하나만 웃는 게임
영남권 의원들이 이처럼 상반된 반응을 보인 건 지역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TK나 PK 둘 중 하나는 웃고 다른 한 쪽은 울 수밖에 없는 문제다. 지역거점 공항으로 대구통합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TK는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항공ㆍ여객 수요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당 지도부 역시 이런 이해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내년 서울ㆍ부산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김 비대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바라는 부산 지역 민심을 거스르기 어렵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에 미칠 악영향과 들끓는 지역 민심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내년 부산 선거를 앞두고 돌출 변수로 등장한 신공항 문제가 국민의힘 입장에선 대응하기 난처한데다 당내 분열까지 가중시키는 난제로 떠오른 모양새다. 다만 부산 선거가 당면 과제인 만큼 TK의원들의 반발은 수습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은 보수세가 비교적 강한 곳이지만 최근 여론은 선거 승리를 낙관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PK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로 민주당(32%)보다 10%포인트 낮았다. 부산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으로선 결국 PK 민심을 의식해 정부 결정에 동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상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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