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퇴임 후에도 '면책특권' 누리는 푸틴... 그가 부러운 트럼프

알림

퇴임 후에도 '면책특권' 누리는 푸틴... 그가 부러운 트럼프

입력
2020.11.19 04:30
0 0

러 하원 "전직 대통령과 가족, 형사소추 불가"
개정안 통과 시 푸틴 비위 처벌할 방법 없어
각종 수사 직면한 트럼프 '셀프 사면' 할 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모스크바에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모스크바에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가 대통령 퇴임 후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형사소추를 면제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현재 생존하는 전직 대통령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뿐이어서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생 면책특권’ 즉, 독재 보호막을 겹겹이 하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리를 내려놓는 순간 줄소송이 예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당히 부러워할 듯하다.

국가두마는 17일(현지시간) 7월 국민투표에서 승인된 헌법 개정안이 제1독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독회에서 통과된 조항에는 전직 대통령 및 가족의 면책특권 보장이 들어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전직 대통령은 형사ㆍ행정 혐의로 기소될 수 없고, 구금 체포 수색 심문도 받지 않을 것”이고 설명했다. 임기 중이나 퇴임 후 납치, 불법 구금, 선거 방해, 핵ㆍ방사성 물질 취급, 심지어 살인 등 온갖 범죄에 연루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유일한 예외는 반역죄를 저지른 경우”라고 영국 BBC방송은 덧붙였다.
의회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기존 임기를 ‘0’으로 설정해 다시 대권을 잡을 수 있게 하는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법안은 2ㆍ3독회 후 연방평의회(상원)를 거쳐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면 공식 발효된다.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소속 파벨 크라세니니코프 하원의원은 “국가와 사회의 안정을 위한 보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종신 집권에 필요한 안전장치라는 비난이 거세다. 현지 온라인매체 메두사는 가리 민흐 원내 대통령 대변인이 독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공산당 의원들을 향해 “새 헌법을 방해하려면 차라리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일갈했다고 전했다. 중임 제한 철폐와 면책특권 부여가 푸틴 대통령의 의지임을 드러낸 셈이다. 반(反)푸틴 시민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이날 트위터에 “왜 푸틴이 지금 면책특권을 필요로 하는가” “독재자들이 스스로 떠날 것으로 보는가” 등의 글을 올리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1월 20일 퇴임하자마자 탈세와 명예훼손, 사법방해 등 각종 수사를 받게 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개헌안에 귀가 솔깃했을 것 같다. 아직 재임 중이어서 형사 소추는 피했지만, 대통령직을 어떻게든 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도망칠 구멍을 찾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4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에는 제한이 없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의견”이라며 “퇴임 직전 트럼프가 ‘셀프 사면’을 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직 미 대통령 가운데 기소된 이는 없었으나 (트럼프처럼) 잠재적인 형사 책임이 있는 사람도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는 데 많은 위험이 따르지만, 그렇다고 불기소 처리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외면하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그가 조 바이든 당선인과 미국에 매우 어려운 딜레마를 던졌다”고 전했다. 실제 ‘워터게이트’ 사건을 일으킨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사면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다. 스티븐 블라덱 텍사스대 헌법학 교수는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 선언에서 ‘치유’를 언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치유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