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가 공동으로 뜨거운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본다.
19일 또다시 부동산 대책이 나온다. 이번엔 8월부터 전ㆍ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이하 임대차 3법ㆍ전ㆍ월세 신고제는 2021년 하반기부터 시행)가 시행된 이후 촉발된 전ㆍ월세 대란에 대한 대책이다. 전ㆍ월세 급등은 당장 살 집을 구하기 힘들거나,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집값 급등보다 훨씬 민감한 사회 문제이다. ‘빅데이터는 알고 있다’가 지난 8월 20일 자 보도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부동산 민심을 살펴보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임대차 3법 시행 후 민심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8월 1일 이후 뉴스와 그 댓글, 지식검색을 분석했다.
거듭된 대책 실패, 부정적 정서 늘어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ISDS)는 닐슨코리아의 버즈워드 시스템을 이용하여 2020년 8월 1일~10월 31일까지의 주요 포털 네이버ㆍ다음ㆍ네이트의 뉴스 서비스에 올라온 ‘부동산’ 관련 뉴스 총 17만4,592건과 뉴스 댓글 총 51만 8,531건, 그리고 부동산 관련 지식검색 총 13만2,557건을 분석에 사용했다.
분석 결과, 8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부동산 관련 뉴스 댓글이 갑자기 늘어난 시기가 네 차례 눈에 띈다. 우선 8월 4일 부동산 대책으로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13만2,000호의 주책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이후 집값 안정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부동산 관련 기사나 댓글이 급속히 줄어든다. 다음은 9월 11일로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경기 하남, 남양주 등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한다는 보도가 나온 때이다. 전세대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다. 세 번째는 10월 20일로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금융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한을 강화하기로 한때이다. 가장 최근은 10월 28일로 정부가 아파트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분석 결과 중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민심의 분노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부정적 정서를 드러내는 주요 키워드인 ‘무능하다’ ‘미치다’ ‘안되다’ ‘폭등하다’ ‘힘들다’ ‘싫다’ 등의 빈도수를 살펴봤다. 8월 1만4,957개에서 9월 1만5,015개, 10월 1만7,158개로 늘어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주요 부동산 관련 대책과 연관성이 뚜렷하다. 8월 초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치솟던 댓글이 8ㆍ4주택 공급 확대 정책 이후 줄어들다, 9월 11일 8ㆍ4대책의 부작용으로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부정적 댓글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0월에는 주택구입용 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 등으로 주택 구입 희망자나 주택 소유자들의 분노도 늘어나고 있다.
그 분노가 점차 정책과 정책 책임자에게 쏠리는 듯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정부 및 정책과 연관된 키워드는 8월 3만6,488개에서 9월 3만831개로 다소 줄었다가 10월 4만31개로 크게 늘었다. 이는 9월에 특별한 부동산 정책 발표가 없었던 반면 전셋값 급등 조짐 등 시장의 움직임에 민심이 집중된 것과 관련이 있다.
그 와중에 부동산 정책 책임자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언급이 8월 909개에서 9월 1,516개 10월 1,816개로 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악화하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좌절과 분노의 타깃이 점점 구체화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8월 4,634개, 9월 4,382개에서 10월 5,429개로 10월 들어 늘어났다. 부동산 세제 책임자인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한 언급은 8월 260건, 9월 389건에 불과했으나, 10월 2,315건으로 급등한 것도 눈에 띈다.
임대차 3법에 대한 언급이 8월 1,543개, 9월 2,528개, 10월 3,819개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전셋값 상승 지속을 임대차 3법 시행과 연관 짓는 시각이 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ㆍ월세 문제는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폭발력이 크다. 부동산 관련 뉴스 댓글 키워드 빈도 1위가 언제나 ‘전세’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주택 임대 부문의 정책 실패로 인한 민심 이반은 매매 정책 관련 실패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분석을 진행한 배영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3개월간 ‘전세’는 줄곧 뉴스 댓글 키워드 빈도수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지식검색에서도 ‘전세대출’이 1위라는 점에서 최근 석달간 부동산 관련 가장 큰 이슈는 전세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세입자 관심은 뉴스보다 지식검색에 있다
부동산 관련 뉴스는 8ㆍ4 대책 발표 직후 7,000건을 넘은 후 급감해 하루에 2,000~3,000건을 유지하고 있다. 관련 댓글 생산량 역시 뉴스 생산량 변화를 따라간다. 하지만 부동산과 관련해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또 궁금한지를 살펴볼 수 있는 ‘지식검색’은 꾸준히 1,000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쉽게 변하지 않는 민심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 석 달간 지식검색 분야 키워드 상위 1~4위는 변함이 없다. ‘전세대출’ ‘대출’ ‘받다’ ‘은행’이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집을 구하기 어렵거나, 살던 집을 비워줘야 하는 전세 난민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식검색에서 ‘전세대출’은 8월 5만5,958개, 9월 5만9,933개, 10월 6만9,197개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2~4위 키워드 역시 10월에 증가 폭이 커졌다. 지난 8월 20일 자에서도 6, 7월에 대해 같은 조사를 했는데, 그때도 상위 1, 2위 키워드는 ‘전세’와 ‘대출’이었다. 정책 담당자는 집값 상승 억제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다수 서민들의 진짜 관심은 집값이 아니라 ‘맘 놓고 살수 있는 공간’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배영 교수는 “뉴스 댓글을 감성 분석한 결과 부정적 감정이 긍정적 감정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나지만 급증 급락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며 “동시에 지식검색에 전세 대출이 계속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당면한 문제에 대한 분노 표출보다는 현실적인 자구책을 찾으려는데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19일 발표될 전세 대란 대책이 세입자들의 이런 절박한 처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대책도 수많은 부작용만 낳고 또다시 실패한다면, 현 정부의 후반기 행로는 점점 더 험난해질 것이다.
한국일보-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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